이 시대 치열한 워킹맘 생활 담은 연극 ‘여자, 마흔’책 출간
전주서 지식공동체 활동…팔복동 공단 여공들 삶 다룬 극 계획
지난 2018년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지난해 2월 앵콜공연을 마친 연극 ‘여자, 마흔’이 책으로 나왔다.
극작가 최정(40)씨는 뮤지컬 ‘이화우 흩날릴 제’, 연극 ‘이등병의 편지’,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희곡작품을 꾸준히 써왔다. 하지만 희곡을 책으로 엮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 마흔’은 2008년 최기우 극작가가 쓰고 전주 창작소극장 무대에 올렸던 모노드라마 ‘여자, 서른’의 후속편이다. 서른의 하소연이 한창 잘나가는 라디오 DJ였다면 10년 뒤 마흔에는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지난해에는 고향 전주에서 문학을 중심으로 시, 소설, 희곡, 영화, 만화 각 장르에서 창작과 연구활동에 힘쓰고 있는 여성 5인이 모여 지식공동체 ‘지지배배’를 결성했다. 각자 전공은 다르지만 뜻이 맞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보니 문학을 바탕으로 친밀한 교류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가장 큰 활동 목표는 각자가 가진 전공지식을 대중과 나누는 과정에서 공동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 해 동안 지역 내에서 각종 강연과 좌담회 등을 열고 ‘여성서사’라는 담론을 중심 주제로 다양한 목소리를 공유해왔다.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도 ‘지지배배’의 힘이 컸다. 이 모임을 통해 여성서사에 눈을 떴고 이 화두에 대해서 진지하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
“‘여자, 마흔’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많은 관객들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좋아해주셨어요. 제 스스로도 그간 간과했던 여성서사가 가진 일상성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됐고요.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용기를 주셨기 때문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다름 아닌 ‘여자, 마흔’의 주인공 ‘하소연’ 역의 이혜지 배우다. 극중 하소연은 인기 라디오 DJ였으나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다. 우여곡절 끝에 라디오 프로그램에 복직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이힐’과 ‘고무장갑’ 사이에서 전쟁을 치른다.
두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대화가 글감이 됐다. 무대 위 하소연은 배우 이혜지이자 작가 최정의 다른 모습이었던 셈이다.
“이혜지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축복과도 같은 아이를 낳는 경험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하지만 하루하루가 반복되면서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힘든 일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감사하면서도 순간순간 전쟁 같은 일상, 그 낯선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새해에는 우리 일상을 기록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책 출간을 발판 삼아 그간 써왔던 작품을 모아 희곡집을 낼 계획도 있다.
최 작가는 “일상에서 잊혀져 가는 가치와 여성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전주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전주 팔복동 쏘렉스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자료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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