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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 없는 프랑스로부터 배우는 인구정책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우리나라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2019년 기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중 꼴찌다. 프랑스도 1993년 출산율이 1.65명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에는 2.03명까지 끌어올렸고 현재도 1.8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자체나 연구자들이 프랑스의 인구정책을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을 많이 가지만 돌아온 대답은 “프랑스에는 인구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인구정책은 없고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인구정책에 대한 제고와 함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구를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출산을 노동력과 결부시켜 사고하는 것이다. ‘인구절벽’이나 ‘지방소멸’ 등의 용어는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과 소비의 부족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부추긴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라는 책을 쓴 요시카와 히로시 릿쇼대 교수는 “경제성장과 인구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노동인구가 아닌 노동생산성이 경제성장과 더욱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인구와 노동시간이 중요한 1차 산업 시기를 지나 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생산성을 좌지우지하는 오는날 노동인구증가율은 더 이상 경제성장의 상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주52시간 근무로 논쟁을 하고 있다. 주력 야당의 대표는 “주52시간 노동제한은 과도하며 한국은 더 일해야 하는 나라”라고 주장한다. 주52시간 노동도 짧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인위적인 인구증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더욱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주 35시간 근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출산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고 출산이후 부모가 필요한 시기에 출산휴가 3년과 학령기자녀가 있으면 개학수당을 준다. 가족이 프랑스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삶의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의 경제가 추락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을 유지하고 있다.

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고 10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을 해도 눈치를 보는 사람들은 없다. 유연근무제가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이다. 퇴근 후에 업무로 연락을 하는 상사도 일을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도 드물다. 근로자 50명 이상의 기업은 퇴근 후 전화나 이메일, SNS 등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 법(로그오프법)으로 금지돼 있다. 대부분 회사가 개인의 휴대폰 전화를 아예 모른다. 퇴근 후는 철저하게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될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프랑스인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삶의 권리이다.

우리나라가 출산율을 높이려면 출산과 교육은 정부가 책임진다는 신뢰를 줘야한다. 그 다음은 가족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가족친화적 환경과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전라북도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문화 만들기> 사업을 통해 유연근무제의 정착과 확산, 직원자녀 출산지원금 확대 등의 출산과 육아에 좋은 직장환경 조성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해도 눈치 보지 않고,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전라북도가 먼저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인구는 노동력이 아니며 출산율의 증가는 인구증가정책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삶의 질 정책의 결과임을 명심하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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