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1,난공불락 트로이를 무너뜨린 그리스의 최후 전략 무기다. 2,그리스 군은 거대한 목마(木馬) 속에 병사들을 숨겨놓고, 3, 선물인 양 소문을 퍼뜨린다.
이에 호감을 느낀 트로이 군은 목마를 자기들의 성 안으로 가져간다. 새벽이 되자 목마 속에서 나온 그리스 병사들이 성문을 열어 젖혀 그리스와 트로이간 10년 전쟁을 끝낸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이러한 역대급 트로이 목마를 찾을 수 있을까?
필자는 ‘판소리’가 ‘트로이 목마’라고 생각한다.
조선 후기 동리 신재효가 지배층과 싸워 피지배층이 승리할 수 있도록 판소리를 거대한 목마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트로이 목마가 지닌 주요 특징 몇 가지를 판소리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강한 적을 무너뜨리는 최후의 전략무기다.
세도정치와 삼정의 문란으로 대표되는 1800년대에 100여 건이, 특히 1862년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민란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근본 원인인 사회제도 개혁에는 실패한다. 또한 평등과 인권을 강조해 양반 지배층의 신분질서를 위협했던 동학 창시자 최제우는 1864년 사형에 처해지고, 1863년 2대 교주가 된 최시형은 36년간 도피생활을 이어간다. 참으로 수많은 민란과 동학의 공격에도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을 지배층의 견고한 세상이다.
이러한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신재효는 1864년 경부터 <토별가> 사설 개작을 시작으로 생을 마감한 1884년까지 비밀 전략무기 ‘판소리’ 만들기에 전념한다. 토별가>
둘째, 속으로는 악의적인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신재효본 판소리 사설 곳곳에서 19세기 조선 사회에 성행하던 갖가지 비리와 부정부패의 문제를 강도 높게 고발하고 있다. 실제 연세대학교 국문학 교수 설성경외 6명은 신재효본 <남창 춘향가> 와 <토별가> , <변강쇠가> 등에 동학사상이 담겨 있으며, 미래에 있을 전국적 조직 동원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변강쇠가> 토별가> 남창>
셋째, 겉으로는 호의적인 무언가로 꾸미고 있다.
신재효는 한때 양반 취향으로 개작하여 판소리의 활기를 떨어뜨렸다고 오해를 받을 만큼, 악의적인 위험요소를 감추기 위해 판소리 사설 전반에 걸쳐 충·효·열 등 전통적 가치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판소리를 조선후기 왕실 권력자부터 하급 관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사랑하였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판소리가 지배층에 깊숙히 침투하여 의식 개혁과 내부 분열을 일으켰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조선후기 일본군 무력 개입 이전,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 마지막 큰 싸움인 ‘동학농민혁명 제1차 봉기’때, 생각이 깨어난 양반과 전·현직 관료 등 많은 이들이 음으로 양으로 혁명군을 도와준다. 이와 같은 지원에 힘입어 혁명군은 1894년 4월 조선 왕조의 상징 전주성을 함락시킨다. 뿐만 아니라 역사상 유래가 없는 주민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운영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생각할 때 조선후기 판소리는 트로이 목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글을 통해 동학농민혁명(1차)은 실패가 아닌 성공한 봉기이며, 승리의 밑바탕에 판소리를 비밀 무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동리 신재효가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민중 고창군 문화예술과 문화시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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