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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잘 사는 ‘같이의 가치’, 도시재생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과 함께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도시재생(都市再生)’이란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서 쇠퇴한 도시를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을 뜻한다. 낡은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대대적으로 새로 짓는 기존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참여를 전제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활용해 해당 지역의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원조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주 한옥마을이다. 개발에서 소외돼 낙후된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인근의 한옥 군락지를 활용하자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한옥마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전통문화 경관 복원, 지역공동체·상권 활성화를 이뤄낸 한옥마을은 어느덧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전국 지자체들 역시 낙후지역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마다 도시재생에 대해 연구 중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한 2017년부터 매년 수조원씩 투입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이면에는 우려와 한계 또한 존재한다. 지역 고유의 전통과 가치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타지역 성공사례를 획일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도입한 벽화사업이 대표적이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유명세를 따라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벽화마을이 생겼지만 유사한 분위기에 사후관리마저 이뤄지지 않아 방치된 곳이 많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름에도 무분별하게 사업을 베끼는 것은 도시재생의 의미를 반감시킬 뿐이다. 각 지역에 오랫동안 깃든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이어나가는 구상이 필요하다. 인위적 디자인과 컨셉을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수수하고 투박할지언정 지역민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온전히 보여주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도가 가진 고유의 전통과 역사, 문화적 가치, 자연환경은 도시재생의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전통문화수도로서의 품격과 자부심을 가진 전주, 천혜의 생태환경을 지닌 무주, 고인돌에서 판소리까지 역사와 민속문화가 가득한 고창 등 우리 지역의 뚜렷한 특색과 개성은 도시재생을 통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사업을 유치해 시행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도시재생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성장하여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꼽혔지만, 젠트리피케이션·빈부격차로 원주민이 급감하고 공동체가 와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골목이 깨끗해진다 한들 정작 그 지역에 365일 발붙이고 사는 주민 공동체가 붕괴된다면 과연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의 본질은 주민 참여다. 재생 과정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주민들의 마음에 드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도시재생이 공동체 회복과 주민화합을 가져오고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민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다.

모두가 신명나는 도시재생을 꿈꿔본다. 우리도의 도시재생이 단순히 공간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지역상생에 기여하는‘같이의 가치’를 실현하길 기대한다.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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