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 사건은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건조할 때 나온 유해물질로 한 마을 주민들의 삶과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나마 사건의 진상이 규명돼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진상 규명에도 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직접적인 책임자인 비료생산 업체는 파산했고, 담뱃잎을 판매한 KT&G는 유해성을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전북도와 익산시를 상대로 감독부실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에 나선 상황이 됐다.
주민들이 민변을 통해 지난 7월 신청한 손해배상 민사조정이 지난 10일 두 번째 개최됐으나 결렬됐다. 전북도·익산시가 제시한 50억원의 조정안을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익산시 측은 “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없는 상황에서 전북도와 함께 각종 특별법 등을 검토해 가장 많이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청인 측은 “50억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됐는지 기준을 제시해야 적절한지 판단을 할 텐데, 세부기준은 밝히지 않은 채 제시한 안에 대해 결정을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전북도와 익산시가 제시한 50억원이 주민 피해에 합당한 금액인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변호인단의 지적처럼 최소한 50억원의 산출액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북도와 익산시가 여러 법령과 제도들을 검토한 끝에 최대한 주민의 입장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본다. 또 국민세금으로 지출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삶과 터전을 잃고 수년간 고통을 견뎌온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현실적 수단이 경제적 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주민들이 요구하는 157억원에 대해 무작정 줄이려 하지 말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생 사건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사건이다. 손해배상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전북도와 익산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달 예정된 조정기일 이전이라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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