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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통합 문제, 다시 솔직하고 투명한 대화에 나서라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

▲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전국의 거의 모든 광역단체들이 현재보다 훨씬 초광역화된 행정통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즉 앞으로 곧 다가올 지방분권시대에 거대한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 이미 대전·세종시,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이 초광역 메가시티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전북지역은 그에 관한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광주·전남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전북권까지 포함한 호남권 행정통합을 위해 전북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마저 있었다고 한다. 명분이야 어떻든 전북도민들로서는 전북이 광주·전남의 정치적 파워에 밀려 수동적으로 빨려 들어가서 결국 호남권의 변방지역으로 전락한다면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에 민주당의 국가균형발전추진단이 엉뚱하게도 전북·강원·제주를 묶어 별도의 강소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하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소도 웃을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 지역에서 생존을 위해 불꽃 튀기는 전쟁을 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전북지역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행정통합에 대해 소귀에 경읽기처럼 물끄러미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도민들은 과거 제3공화국 때 금쪽같은 금산군을 강제로 충남에 빼앗긴 서러움을 겪었고, 그 후 전북지역이 줄곧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 대해 아직도 가슴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도민들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세 번이나 전주·완주 통합시도에서 실패한 이후 오랫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왔다. 과거부터 그런 분노가 쌓여왔고 실수가 있었던 점을 상기해 본다면 그것을 거울삼아 이럴 때 모두가 팔뚝을 걷어붙이고 새로운 전북의 위상회복과 발전책을 찾으려는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그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최근 몇몇 필자들이 지적해 왔듯이 전북지역이 앞으로 더 이상 수축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첫 단추는 말도 안 되는 호남권 행정통합이나 전북·강원·제주의 강소메가시티가 아니라 우선 전주·완주가 통합함으로써 역동적인 중추도시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보듯이 광역시나 특례시가 아니더라도 도내에 몸집이 큰 중추도시가 없이는 전북지역의 전체적인 발전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중추도시가 있어 성장거점 역할을 하게 되면 지금의 완주지역도 크게 발전하고, 도내 전 지역의 발전을 위한 엔진 또는 펌프기능을 하게 됨으로써 그 시너지 효과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다만 통합을 위해서는 완주군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선결문제다. 전주시나 통합추진론자들이 무조건 대승적 차원 또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막연한 논리만 들이대서는 결코 완주군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과거에 세 차례에 걸쳐 통합시도를 했지만 몇 가지 실패한 근본원인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완주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재선, 3선에 눈이 어두워 통합을 가로 막았던 국회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지방의원들 탓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다. 전주시 역시 완주군민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우려를 명쾌하게 불식시키고 통합될 경우 오히려 얼마나 큰 혜택이 주어지는지 설득력 있는 구체적 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도청도 조정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통합을 반대했던 이유들이 그토록 타당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추진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솔직하고 투명하게 논의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몇 가지 핵심문제들을 되새겨 보자. 첫째, 지금까지 완주군민들은 근거가 있든 없든 전주·완주가 통합될 경우 토지의 공시가격이 인상되고 그에 따라 세금만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다. 완주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지가가 상승해 재산가치가 커진다고 해도 세금이 인상된다면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단순한 주장이다. 반면 완주군내 토지 소유주들 중에는 통합이 이루어져 완주지역이 발전되고 그 결과 자기 소유의 재산가치가 증대되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군민들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추진주체들이 통합할 경우 과연 실제로 세금부담이 커지는지 여부와 부담이 다소 커진다면 어떤 세금이 얼마나 커지는 것인지, 그리고 세금부담을 상쇄하고도 주민들에게 어떤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는지 정확히 제시해줘야 한다.

둘째, 통합할 경우 쓰레기처리장이나 화장터 등 혐오시설들이 완주군 내에 집중될 것이라는 님비(NIMBY)현상도 중요한 반대 이유이다. 필자는 그 점에 대해 완주군민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따라서 이점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모든 당사자들이 통합될 경우 그런 시설들이 완주지역에만 들어설 수밖에 없는 것인지, 또 장기적으로 몇 개나 소요될 것인지, 그리고 기술적으로 환경오염의 영향이 큰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한 투명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 또는 장래에 크게 발전된 쓰레기 처리기술의 출현 가능성과 일정 인구증가를 가정해 쓰레기 발생규모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한 보상책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완주군민들은 지금의 전주시가 부채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통합할 경우 그 부채를 완주군민들이 떠안게 되며, 그 결과 그들의 복지예산이 지금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통합을 반대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완주군민들은 지금의 완주에는 현대차, KCC, LS엠트론 등 대기업들이 산단에 자리를 잡고 있어 완주군 세입에 큰 보탬이 되고, 그 만큼 군민들의 복지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그런 인식을 할만도 하다. 그러나 완주군민들이 그 문제에 관하여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판단된다. 솔직히 완주 산단에 있는 대기업들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현재의 위치에 계속 머문다는 보장이 없다. 제발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본능적으로 비용절감과 이윤추구를 하게 되는 기업들은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생산기지를 새만금이든 동남아지역이든 언제든지 이전할 수 있다. 사실 완주군이 현재 수준으로나마 발전한 배경은 완주군만의 산업입지조건이 도내 다른 지역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양질의 노동력확보가 가능한 전주시의 인접지역으로서 일종의 낙수효과를 얻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 두 지역이 계속 각자도생한다면 함께 소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도 전북의 인구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도내 지자체들이 인구증가를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모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완주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새만금시대를 맞이하여 전주·완주가 통합이 안 된다면 완주지역은 더 이상 획기적인 발전이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오히려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더 큰 지역은 새만금과 바로 인접된 김제시와 부안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주·완주 통합시가 되면 새만금지역의 배후도시로서 지금의 완주지역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수많은 기업유치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곧 완공예정이며, 그에 따라 통합시는 명실 공히 정치·경제·문화·교육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인구유입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현재 매년 두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복투자의 폐해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재정절약이 가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통합의 성공 열쇠이고 전제조건인가?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논쟁거리 이외에도 우리가 사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첫째는 앞으로 통합을 추진하려면 전주·완주 지역의 통합주체는 두 지역 내 뜨거운 가슴을 맞댈 의지와 건전한 사고를 가진 시민단체가 되어야 한다. 청주·청원은 물론 타 시·도 역시 시민단체들이 앞장 서 통합을 성공시켰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정치논리를 강조해서는 과거처럼 될 것도 안 된다. 물론 대단히 존경받고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것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전북지역 내에서만 본다면 그 만한 인물은 눈을 씻고 보아도 안 보인다. 근년에 와서 겨우 새만금 개발계획이 조금씩 진척되고 있어 그 나마 조금 기대해 보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북도청이나 새만금개발청은 현재 매일같이 새만금이 앞으로 전북도민들의 팔자를 확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장밋빛 과대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다. 도내 시장·군수들도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매일 신문에 큼직한 얼굴 사진과 함께 별것도 아닌 업적을 시군민들에게 과대 홍보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더 그렇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도내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중앙무대에서는 어느 누구도 딱 부러지게 활동을 못하고, 어느 필자의 말대로 도대체 발언권이 없는 이등병 노릇이나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에 내려와서는 예산확보 등 모든 것을 자기가 해냈다고 떠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극히 일부나마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중 훌륭한 분도 있긴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든 재선, 3선이 되기 위해 주판알을 두들일 줄만 아는 정치인들이다. 전주·완주 통합문제가 그렇게 중대한 사안임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남의 일인 것처럼 모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에서도 도내 정치인들의 소인 근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할 줄 아는 용기 넘치는 정치인들이 없는 것은 현재 전북도민들의 서글픔이다. 물론 그런 정치인들을 대표로 뽑아 준 유권자들도 책임이 크다. 앞으로 선거 때는 그런 무능하고 열정이 부족한 정치인들을 반드시 걸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대신 전북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내세우되 실력과 영향력이 있는 거물은 거물대로 계속 키워줘야 한다. 도민들의 투표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전주·완주는 물론 전북 전체가 산다.

둘째, 전주·완주 통합을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원만하게 협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주시가 완주지역에 줄 수 있는 혜택을 과감하게 모두 다 협상테이블에 풀어 놓아야 한다. 예컨대 통합시청, 농수산유통센터, 동물원 이전 같은 것은 소분의 일에 불과하다. 각종 첨단기업 유치는 물론 과감한 교통인프라 구축, 문화·체육·복지시설 등이 완주지역으로 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만 명실공히 통합시가 대한민국 한류문화 허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주군의 내륙 산간지역에 대단위 관광단지 조성은 물론 만경강 유역의 세계적인 관광단지화 사업도 완주 지역민들이 크게 환영할만한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예산확보 문제가 선결과제이므로 전북도청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셋째, 전주·완주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주시든 완주군이든 속견속결을 위해 일방적으로 서둘러 밀어붙이려는 생각은 정말 금물이다. 다만 사전에 잠정적으로 협상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한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항상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에 관해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며 밤새워 끝장토론이라도 계속해 나간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타 지역인 청주·청원, 창원·마산, 여수·여천 등은 물론 우리 도내의 익산·이리, 군산·옥구 등이 통합한 적이 있으므로 이들 도시를 충분히 거울삼아 볼 필요가 있다. 전주·완주와 규모가 비슷한 청주·청원 역시 세 번 통합 시도 끝에 성공하여 현재 부러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도 통합 후 부수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상에서 필자가 언급한 여러 통합의 걸림돌이 제거되고 마침내 성공하게 되면 통합된 전주·완주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대도약기를 맞이하게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즉 통합시는 머지않아 새만금 배후도시 기능을 톡톡히 해내면서 비록 광역시는 아니더라도 도내 전 지자체들도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한 지역경제 발전 효과뿐만 아니다. 통합시는 인구가 100만 이하로서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우리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보석 같은 강소도시가 될수 있거니와 해방 직후 전국 7대 도시 수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패배의식에 빠져 있던 전북도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머지않아 그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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