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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관광자원화 뒷짐만 질 텐가

경북 문경시가 최근 ‘견훤대왕 역사유적지 개발 종합정비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후백제 성역화에 나섰다. 후백제 수도였던 전주시가 뒷짐을 진 사이 문경시가 견훤의 관광자원화에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전주시의 후백제 재조명 작업과 관광자원화 사업이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전주는 후백제 45년의 역사 중 36년간 수도였다. 전주를 ‘천년고도’로 칭하는 것도 후백제 수도여서다. 후백제 관련 도성·절터·산성 등 다양한 유적과 유물도 보유하고 있다. 수도에다가 여러 유적을 지닌 전주를 제치고 다른 지역이 후백제 역사의 상징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경시는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왕의 역사 유적지를 정비하고 지역의 중요한 역사자원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견훤의 탄생 설화와 관련된 마을에 후백제 민속촌을 조성하고, 테마영상 전시관과 둘레길 등을 조성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물론 그간 전주시가 후백제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1981년 개괄조사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발굴조사 및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후백제 역사문화 재조명 수립 용역’을 통해 후백제 관련 문헌자료와 후백제 문화유산 현황을 정리했다. 학계에서 후백제연구회가 발족돼 활동하고 있고, 국립전주박물관이 그간의 성과를 모아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문제는 후백제 유적 발굴조사에만 치중한 채 범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백제에 대한 문헌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고학적 발굴조사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1000년 전 후백제 역사를 발굴만으로 완전하게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다. 후백제 수도의 중심 공간이 됐을 궁성 자리를 놓고도 논의만 무성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후백제 역사의 온전체가 그려질 때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후백제 수도라는 곳에 독립된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게 한심스럽다. 80년대 동고산성 발굴부터 30여년간 발굴조사와 연구활동으로 쌓인 성과물이 적지 않을 터다. 전주시내 곳곳이 유적지로 조사 보고됐다. 전시관을 만들어 유물을 모으고, 유적지를 묶기만 해도 관광자원이다. 역사적 실체를 찾기 위한 연구 및 조사와 별도로 후백제 수도로서 전주를 우뚝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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