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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와 ‘보이지 않는 발’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박지원 변호사

경제학도가 아니라도 ‘보이지 않는 손’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한 번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기득권의 정경유착을 정당화한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유경쟁의 효과를 소비자 대중에게 돌리자는 맥락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개념은 사익만 추구하더라도 사회 전체에 유익하므로 정부나 규제는 필요 없다는 희망 사항으로 오독되더니, 급기야는 경제학의 사상적 본령이라도 되는 것 마냥 수 세기를 유령처럼 공론장에 떠돌았다.

그러나 공익을 위한 어떠한 규제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오직 사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면 무엇 때문에 힘들여 경쟁하겠는가. 공정한 시장의 규칙을 어기는 반칙에 의존하면서 자유경쟁을 회피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손쉬운 길을 놓아두고 말이다. 혹자는 이처럼 정치적 특권이나 특혜를 통해 인위적인 지대를 추구함으로써(rent-seeking) 사익을 극대화하려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손’에 대비하여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부패’ 문제기도 하다. 이번 LH 사태를 보며 ‘보이지 않는 손’에 비해 ‘보이지 않는 발’이 얼마나 더 영리하며 부지런한지 다시금 느낀다.

부패는 뇌물수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여 자기 또는 남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경제활동에 있어 위법하게 재산상 손해를 입하는 행위’ 등을 부패행위로 정하고 있다. LH 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개발 관련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토지를 사두고, 최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탈법수단을 활용한 이번 일이 바로 법이 정한 ‘부패행위’다. 또, 이는 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거래 상대방(원주민)에게 피해를 주며,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예산이 낭비되게 함으로써 사회의 효율성과 공평성을 저해하는 부패의 부정적 양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중앙집권적 관리경제 체제를 통해 발전해 온 우리 경제사에서 부동산, 건설 분야의 부패는 수십 년 묵은 고질병이다. 이를 새삼스레 현 정권 문제로 치환시키는 공세가 의아하기는 하나, 어쨌든 이번 LH 사태가 더 나은 부패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폭제로 쓰이기 바란다. 특히 자유경쟁 자체에 거부감을 지닌 과거 세대와 달리, 경쟁을 당연하고 필요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그 과정의 공정성만이라도 확립되기를 갈망하는 청년세대가 느낄 박탈감을 생각하면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기회다.

다만, 최근 제시되는 해결책이 분노 여론에 편승하여 주로 처벌 강화에 집중되는 점은 못내 아쉽다. 처벌 강화가 부패방지에 효과적인지는 논란이 있기에, 예방적 접근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부패를 일종의 거래로 보는 제도주의 경제학은 거래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부패를 막을 것을 제안한다. 거래신고제나 정기조사 및 결과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대, 내부 공익제보자나 감사부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공직자와 중개인·공동투자자·명의대여자 등 관련자 사이 비대칭적 처벌, 부패계약의 불이행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법 등 관계자 간에 배신을 부추기고 부패계약의 안정성을 허무는 방법도 고민할 만하다.

부패는 한자로 ‘썩어(腐) 무너짐(敗)’을, corruption은 ‘함께(cor) 파멸함(rupt)’을 뜻한다. 반칙에 끼지 못하면 뒤처지는 사회는 구성원들과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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