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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교육으로 극복해야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일 년 전 3월, 코로나19에 더해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으로 부르는 성착취 영상 공유 사건이다. 한 대학생 탐사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 실체가 드러난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래를 위해 꿈을 펼쳐나가야 할 나이에 성착취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인격 살해를 당한 아동 청소년과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시나브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화에 빠져들었다. 편리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재미가 있는 만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빛에 버금가는 그림자가 지뢰처럼 숨어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이스피싱, 음란물의 유포, 불법영상촬영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나 피해자도 알고 보면 모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그 양상도 다양하다. 온라인 채팅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 친밀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촬영물을 요구하고, 이를 증거로 협박하여 추가적인 범죄를 이어가는 디지털 그루밍이 대표적이다. 또한 텔레그램 N번방처럼 영상물로 돈을 버는 동영상 공유, AI를 활용하여 동영상 속 주인공의 얼굴을 익숙한 사람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등으로 날로 진화하고 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예방교육이다. 올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이 학교마다 실시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으로 인한 사회적 심각성이 높아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만 반짝하는 대응은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도 왜곡된 성인식이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모럴이 정립돼야 한다. 디지털 기기는 편리함만큼이나 그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엄격하게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과 다양한 상황에 맞는 촘촘한 법제 마련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익명성이나 비대면 속의 자유가 자칫 방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시키고, 신인류인 디지털시민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를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인식과 함께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정립 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감수성은 어린 나이일수록 확실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성장 단계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 전적으로 외부 전문 강사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들이 교과 수업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 아울러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 연수도 필요하다.

끝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 인권을 보호하고 평등주의를 실현해 오늘날 시민사회를 발전시킨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서도 결국 서로 보살피고, 배려하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균형 잡힌 인성을 갖춘 아이만이 사회의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당당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는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비대면 수업을 가능하게 한 것도 디지털 환경이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소비패턴의 대세가 됐다. 그런 위력만큼이나 범죄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성도 커졌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미래세대를 보호하고, 또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은 결국 교육으로만 가능하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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