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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피지 못한 꽃들을 위하여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오월은 만개한 꽃들과 짙어지는 신록으로 자연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계절의 여왕이다. 그러나 오월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필자에게 있어 오월은 민주주의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무수한 꽃들이 피고 지지만, 우리의 오월은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한 채 민주주의를 꿈꾸며 시들어버린 영혼들이 너무도 많다.

1894년 부패한 봉건제도에 항거하며 민중들이 분연히 일어난 황토현전투를 기념하는 5·11 동학혁명기념일, 박정희 독재정권이 들어선 계기가 됐던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잔인한 탄압에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5·18민주화운동 모두 가슴 시린 오월이었다.

여기에 2009년 오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강조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연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127년 전 보국안민과 제폭구민의 기치를 들고 항거하며 별이 된 민중들, 41년 전 민주화를 열망했던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희생, 그리고 12년 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서민 대통령의 서거는 오월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돼 주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들의 자양분으로부터 꽃피울 수 있었단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1980년 광주의 오월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실질적인 출발점이자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세계에 보여준 대표적인 시민항쟁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시민대혁명과 비견될 정도로 위대했고, 현재 비민주적 군부정권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국민들의 표상이 되었다.

광주시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 하나로 탱크와 총을 앞세운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저항했다. 그 결과 5·18은 1980년대 이후 급격하게 고양된 대한민국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었다.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오월은 이제 국민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아픔과 치유를 넘어 국민대통합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거행된 41주년 5·18 기념식을 전후해 1980년 당시 게엄군으로 활동했던 전역군인들이 망월동 민주영령 앞에 사죄하고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또 5·18유족회는 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추모제를 함께 했고,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은 5·18 아침 광주를 찾아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주먹밥으로 조찬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과거 보수정당에서는 볼 수 없는 상전벽해의 상황이다.

이제 오월에 피지 못한 꽃들을 위해 우리는 오월의 광주를 함께 껴안아야 한다. 그날 광주의 진상규명과 아직 회복하지 못한 명예가 반드시 재평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근현대사에 제대로 기록되어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 아울러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노력 또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남아있는 우리가 피지 못한 꽃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빚을 갚는 일일 것이다.

오월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가슴 먹먹한 오월이 다 지나기 전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오월을 생각한다. 오월에 피지 못한 민중들과 민주화의 영령들,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께 지금의 대한민국을 전해드리고 싶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의 봄은 아주 따스하다. 여기서 피우지 못한 그대들의 봄이 하늘에서는 봄이길 바란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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