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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결혼 이주민과 문화적 공감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엄마, 오늘 학교에서 중국 옷을 입어봤는데 중국 말로 인사도 하고 중국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며칠 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들뜬 표정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 학교 알림장을 보니 담임 선생님이 통합시간에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였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적어 주셨다. 생각해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국가’ 가 아닌 ‘다문화 국가’로 바뀌어 있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도 1년여 전부터 마트의 한 쪽에 동남아시아 음식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정도로 외국인들은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니었다.

첫 아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 우리 부부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자연을 더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이사를 결정했다. 좁은 시골 마을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는 소문은 금방 나기 마련이다. 이삿짐을 아직 다 풀지도 않은 상태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방문에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옆집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외국인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한국말을 좀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시집을 온 지 얼마 안됐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힘들다며 간청을 한 것이다. 그 뒤로 새댁은 종종 우리집에 찾아와 한국어를 배웠고, 남편과의 충돌, 고부갈등, 육아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우리는 헤어졌고, 한참 뒤 들은 얘기로는 그녀는 결국 남편과 이혼해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은 1980년대부터 성비(性比)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그에 대한 해소책 일환으로 외국인 배우자들을 맞이해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제결혼을 장려하며 중개비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나 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농가 수는 100만 7158가구이며 그 중 결혼이주민 가구는 1만 2456가구로 조사됐다. 이를 종합하면 5만 4198명의 외국인 여성이 농촌지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농촌이 급속도로 고령화 되면서 결혼 이주민들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젊은층이 없는 낯선 환경에서 이들 이주 여성들은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정착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19년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통계자료를 보면 약 6900여건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 학대와 폭력, 경제적 무능력, 음주와 도박, 외도 등으로 조사됐다. 국제 결혼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2011년 3월 법무부는 장관이 고시한 국가의 국민과 결혼할 때 한국 정착과 문화, 환경 이해를 돕기 위해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4시간) 이수를 의무화 했다. 하지만 이 4시간 이수 과정으로 인해 과연 최소 20년 이상을 타국에서 전혀 다른 환경의 삶을 살아온 사람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시간을 좀 더 늘려 한국 배우자들의 문화 공감 형성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야만 원만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할 때 ‘돈을 주고 데려 온다’ 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상대방을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봐야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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