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모양이다. 친일잔재로 분류된 시설 중 사실 관계 오류가 있거나 개인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논란의 대상이 된 시설에 대해 정밀한 조사와 보완이 요구된다. 잘못된 청산작업으로 또 다른 역사의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친일잔재청산을 위해 지난해 친일잔재 전수조사와 처리방안을 마련한 뒤 올 3월 도내 14개 시군으로 하여금 후속조치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도가 용역을 통해 파악한 도내 친일잔재 관련 시설 등은 총 134건이었으며, 이에 대한 처리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친일작가가 쓴 영정과 현판 등은 다른 작품으로 대체토록 하고, 공공장소에 세워진 친일 인사의 동상과 선정비 등은 식민지기념관을 세워 이전토록 했다. 또 친일작가의 시비에 대해선 단죄비를 설치하고, 친일인사 생가 등에는 안내문을 설치에 교육적 활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친일잔재로 지목된 시설 중 사실관계 자체가 잘못되거나 개인 소유여서 실제 전북도 방안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진안군에 있는 풍혈냉천의 경우 1780년대에 처음 발견됐으며 일제 강점기에 하천공장과 잠종 보관소로 잠시 이용됐을 뿐인데 이를 친일잔재로 분류한 게 대표적 오류로 꼽힌다. 익산의 (구) 동양척식 주식회사 이리지점은 개인소유 주거로 활용되고 있으며, 고창의 삼양사 염전창고는 현재 소금생산시설로 염전농가에서 이용하면서 일제식민통치를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로 활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북도가 친일잔재물을 전수조사하여 구체적으로 처리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일단 친일잔재 청산에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또 친일잔재 청산에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사실 관계의 오류가 나올 수 있다. 친일잔재 청산에 여러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그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전북도와 시·군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애꿎은 시설물이 친일잔재로 몰리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살피고, 개인 소유 시설물에 대해서도 합리적 처리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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