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건물 ‘하얀 반원 위 직선’ 문양…옥상 구조물은 ‘도리이’ 연상
학교 측 “창문에 있던 문양은 철거”…전문가 “당시 일본 건축양식 모방”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이 왜색청산을 선언한 가운데 도내 명문고등학교인 전주고 건물이 왜색논란에 휩싸였다. 본관 건물에 있는 문양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의 모양과 비슷해서다.
22일 전주고 본관 건물. 2000년대 초반 지어진 이 건물에는 하얀 반원 위에 하얀색 직선으로 된 선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욱일승천기를 딱 반절 갈라 논 모양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역사학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욱일기의 형태와 비슷한 모양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른바 욱일기로 불리는 욱일승천기는 붉은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1870년 일본제국 육군 군기로 처음 사용됐다. 특히 태평양전쟁 등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군기로 사용되는 등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최근 도쿄올림픽에서도 이 욱일기가 응원에 사용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옥상의 시설물인 구조물도 양 옆으로 퍼져나가는 처마가 일본 신사 입구에 주로 사용되는 ‘도리이(鳥居)’를 연상케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리이는 일본에서는 불경한 곳(일반적인 세계)과 신성한 곳(신사)을 구분하는 문이다. 두 개의 기둥이 서있고 기둥 꼭대기를 서로 연결하는 가사기로 불리는 가로대가 놓여있는 형태다. 주로 일본의 신사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이밖에도 과거 이 건물 창문에는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하얀 배경에 검으스름한 원형의 모양도 부착되어 있었다. 현재 이 문양은 철거된 상태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기술종합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에는 건축물을 지을 당시 일본 건축양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시절이다보니 이러한 논란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해당 건물이 의도적으로 일본식 양식을 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우리것으로 새롭게 재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주고 측은 이러한 문양이 왜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주고 관계자는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일본식 문양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창문에 부착되어 있는 문양은 과거 파란색이었으며 색이 바라면서 몇 년 전 교체공사가 이뤄졌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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