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도심 곳곳 1주일 넘게 방치…길거리마다 널브러져
시민들 “주민협의체 비난, 행정 · 의회 무능함” 지적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되니 냄새도 나고 미관도 좋지 않습니다. 행정과 의회, 주민협의체의 갈등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22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팔복로. 인도 한켠에 쓰레기로 가득찬 하얀 종량제봉투가 긴 성벽마냥 이어져있다. 분리수거 된 플라스틱 쓰레기부터 병과 각종 생활쓰레기가 인도를 가득채웠다. 넘치다 못한 쓰레기는 바로 앞 차도까지 흘러내렸다.
같은 날 금암1동에 위치한 금암초등학교 인근은 더욱 심각했다. 차곡차곡 쌓인 쓰레기는 차도 절반을 매워 차량들이 쓰레기 더미를 피해다녔다. 지난 21일 내린 비에 쓰레기는 상당히 젖어있었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물어뜯어 쓰레기가 널브러진 경우도 허다했다.
쓰레기 더미 인근으로 가자 악취가 진동했다. 쓰레기 더미 아래에는 각종 배달음식 쓰레기에서 나온 갈색의 음식국물도 보였다. 무수한 벌레들도 쓰레기 더미를 떠나지 않았다.
전주 도심 곳곳에 이런 쓰레기 더미가 1주일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소각장 주민협의체의 성상검사 강화로 인한 전주시 쓰레기 수거 및 처리가 지연되서다.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발단은 10대 매립장 주민협의체 위원 선출과정에서 전주시의회와 갈등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주시민들은 주민협의체는 물론 시청과 시의회의 무능함을 함께 지적한다.
전주시 금암동에 거주하는 양모 씨(48)는 “쓰레기가 날이 갈수록 성벽마냥 쌓이고 있다. 악취는 물론이고 꼬이는 벌레들로 살기 힘든 지경”이라며 “툭하면 쓰레기를 무기로 삼는 주민협의체가 정말 문제다. 이를 대처하지 못하는 전주시청도 무능함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덕진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36·여)는 “전주시의회든 주민협의체든 그들만의 갈등으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사람 키만큼 쌓여있어 보기도 싫을 뿐더러 냄새도 심하다. 쓰레기가 바람불면 이리저리 나뒹굴기까지 하는데 하루빨리 쓰레기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난이 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주민협의체가 과거 전주시 등과 맺었던 쓰레기처리 문제에 대한 협약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럴거면 협약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집행기관인 전주시가 쓰레기 대란이 없도록 소각과 매립건에 대해 타 지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미리 대응했다면 이런 문제가 오래 가지 않을 것”며 입장을 밝혔다.
김종남 전주시 자원순환과장은 “이러한 조짐이 보여 얼마 전 익산시와 쓰레기 소각 및 매립문제에 대해 협조요청을 요청했다.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노력은 했지만 익산시에 위치한 주민협의체가 반대해 수포로 돌아갔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전주시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대성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쓰레기 소각과 매립에 대한 문제는 환경과 기후문제까지 연결되는 문제”라면서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면 시는 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시의회가 이를 지원해 중장기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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