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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사이

이윤애 전북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윤애 전북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과 저출산,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해 우리지역의 대다수 시군이 소멸위기에 처한다는 뉴스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회원국가 중 꼴찌이다. 출산 가능한 여성 한 명이 일생동안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수치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정책을 만들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임신, 출산, 육아를 무사히 치러내기에는 추락위험을 감내하면서도 달리는 말위에서 춤추는 것과 유사한 난이도이다. 시시각각 일하는 여성들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수퍼우먼이 되거나 주변으로부터 일과 육아 중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다.

며칠 전 직장 갑질119에서 제보된 사례들을 모아 ‘모성보호 갑질보고서’를 발행했다.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천태만상의 갑질사례들이 망라되어 있다.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이런 행태의 직장갑질을 틀어막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회사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처우에 대한 신고를 해봤자 해결은 요원하고 따돌림 등 더 큰 2차 피해를 우려해 부당한 처우를 겪어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9세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일을 우선시 한다’는 33.9%가 응답한 반면 ‘가정을 우선시 한다’에서는 16.6%로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일을 포기해야 하는 스토리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갈수록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증가하는 데 일터에서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활용을 배척하는 직장문화가 팽배하거나 사회적 육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일하는 여성들의 출산포기는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

낮은 출산율을 벗어나는 길은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흔들며 ‘아이 낳아’라는 출산강요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들이 일하면서도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직장문화를 가족친화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급선무이다.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만들기는 반드시 여성들만이 누리는 혜택이 아니다.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정시퇴근으로 가사노동에 함께 해야 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친화인증제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을 하고 있는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 지,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가 조성되어 있는지 등을 심사해 기업 및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인증기관 및 기업에 인센티브도 지원하고 있다.

엄마는 수퍼우먼이 아니다. 육아는 가족모두와 사회의 역할이라는 인식변화가 먼저다. /이윤애 전북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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