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놀이문화는 개인놀이와 집단놀이, 성인놀이와 아동놀이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놀이문화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컴퓨터와 놀이를 즐긴다. 컴퓨터 게임은 사람과 기계의 놀음이다. 컴퓨터에는 정이 없지만, 사람들끼리 놀음은 정(情)이 오고간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컴퓨터게임에 빠지면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컴퓨터게임은 대체로 싸우고 찌르고 죽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놀이는 흥미진진하다. 문화인류학자 호이징아는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라 하여,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인간의 본질은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다.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놀게 해야 한다. 놀음의 억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놀음이 통제되고 있다. 18세기말 한국 풍속화에는 밀희투전(密戱鬪牋:賭博)이 등장한다. 도박과 투전(投錢)은 다르지만 기본은 돈놀음이다. 놀이에 돈을 걸면 놀음이 된다. 놀음은 일시적인 놀이인데, 도박은 상습적이다. 놀음과 도박은 둘다 똑같이 돈놀음인데,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 차이다. 도박꾼들은 은폐된 공간에서 돈놀음을 즐기는데, 놀음꾼들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돈놀음을 한다. 돈놀음에는 판돈이 오고간다. 판돈이 커지면 도박이고, 작으면 놀음이다. 도박과 놀음 둘다 오늘날 사회적 범죄로서 단속 대상이다.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잔재이다. 사실 증권과 복권도 국가가 장려하는 돈놀음이다. 놀음과 도박은 구분되어야 한다. 놀음은 국가가 권장해야 하고, 도박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놀음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켜 정신건강에 좋지만, 도박은 중독 증상을 일으켜 정신건강에 해롭다.
불과 50여전만 하더라도 향읍(鄕邑)에서 난장이 섰다. 주로 모심기를 마친 직후에 단오난장이 섰다. 난장(亂場․orgy)에 사람들이 모여들면 자연스럽게 놀음판이 선다. 씨름판과 투전판이 대표적이다. 놀음판에서 씨름과 투전은 같다. 씨름은 힘겨루기이고 투전(投錢)은 돈겨루기이다. 순창군에서 올해 단오날에 난장이 설 것 같다. 순창 단오난장의 전통은 고려말까지 올라간다. 순창군에서 1992년에 발견된 순창성황대신사적 현판에 순창 단오절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순창 단오성황제 복원 원년으로 삼고 단오난장 복원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순창 단오난장에서는 씨름판과 투전판이 가장 큰 놀음이었다고 어른들의 기억속에 살아있다. 18세기말 김홍도 풍속화에 등장하는 바씨름이 순창 단오난장에서 벌어졌었다. 바씨름은 오늘날 허리띠 씨름보다 더 원형이다. 한국 씨름의 원형은 바씨름이다. 순창 단오난장이 복원된다니 가슴설레인다. 순창의 전통 단오굿놀이는 단오난장과 두룡정 물맞이, 응향정(凝香亭:현 순창군청 내) 연못지의 추천이다. 단오날이며 순창부녀자들은 응향정 연못가에서 그네뛰기(鞦韆)을 즐겼다. 부녀자들은 물맞이와 그네뛰기 단오놀이를 즐겼다면, 남자들은 단오난장에서 씨름과 투전을 즐겼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투전을 즐기게 하자. 투전은 돈놀음이지만 도박은 아니다. 투전판에서는 판돈이 커질 수가 없다. 판돈이 커지면 판이 깨진다. 난장투전(亂場投錢)은 동전던지기이니 도박은 일어나지 않는다. 투전은 전통문화유산이니, 온나라 백성들에게 놀이문화로 즐기도록 하자. 일본 빠찡코도 국가 승인 놀음판이다. 지금도 전국 마을 곳곳에서는 윷놀이 투전판이 열린다. 윷놀이와 투전판 모두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46조 1항에 도박을 한 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자는 예외로 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놀음은 일시적인 오락행위이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놀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통제문화이니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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