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변호사’로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헌신한 진안 출신의 한승헌 변호사가 별세했다. 군사독재 시절 시국사범들을 앞장서 변호했던 한 변호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큰 어른’을 잃었다.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전환의 시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한 변호사와 같은 큰 어른의 존재와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여서 안타까움이 배가 된다.
격동의 시기, 고인은 쉽게 감내하기 어려운 숱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꿋꿋이 걸었다. 그런 그의 삶은 법조계를 넘어 한국사회의 귀감이 됐다. 노년에도 사회 원로로서 살아있는 정권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항상 소신을 밝히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도 보여줬다. 그는 ‘약한 자에게 힘을 주고, 강한 자를 바르게 하는 세상’을 추구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되자’고 역설하면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창립을 주도했다. 세상사에 해박하고 실리에 밝은 ‘똑똑한 지식인’은 많지만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참 지성인’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다. 고인의 말대로 건강한 사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
최근 사법개혁이 다시 사회 의제가 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인은 ‘법의 정신’을 고민해온 진정한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아 지난 2006년 사법개혁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그는 ‘국민에 의한 사법’을 지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 정의를 앞세운 그의 행보를 다시 새겨볼 일이다.
이제 한승헌 변호사는 떠났지만 우리 사회 인권 신장에 헌신하며 정의를 실천해 온 그의 정신은 반드시 이어받아야 한다. 특히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는 시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를 고민하면서 고인이 삶속에서 일관되게 추구한 정의와 인권 존중의 정신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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