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그루 고사⋯고의로 구멍 낸 흔적 발견
경찰 수사 착수⋯CCTV·목격자 없어 난항
 
   ”누군가 고의로 구멍을 뚫었어요.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합니다.”
28일 오전에 찾은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의 모악산 등산로. 등산로 초입에 있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봄을 맞아 푸른 빛깔을 뽐냈지만, 조금 더 오르니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을철 단풍잎처럼 붉은 나뭇잎의 편백나무가 보였다.
편백나무 사이에는 '편백나무 밑동에 구멍을 뚫고 약을 주입해 죽게 한 사람을 찾는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실제 나무 밑동에는 나무마다 드릴로 뚫은 듯한 구멍이 보였다. 구멍의 깊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 나무젓가락을 구멍에 넣어보니 약 1∼2㎝가량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나무에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찍힌 듯한 흔적도 보였다. 이렇게 구멍이 뚫려 점차 죽어가는 편백나무는 총 14그루.
지난 2017년 편백나무 심었다는 김정철 씨(79)는 누군가 고의로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약물을 주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김 씨는 “원래 멀쩡하던 나무들이 지난달부터 고사되고 있는 것 같아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등산로에 그늘이 없어 등산객들을 위해 나무를 직접 심었는데 나무가 점차 죽어가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탄했다.
이를 본 등산객들은 하나같이 이런 좋은 나무들을 도대체 누가 죽인 것이냐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등산객 장성민 씨(46)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 편백나무들은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는데 누가, 왜 나무를 훼손한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꼭 범인을 찾아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도 범인을 찾기 위해 지난 12일 전주완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주변에 폐쇄회로(CC)TV도 없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했지만, 사건과 관련한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며 ”탐문 수사 등 범인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의로 시유지 내 수목을 훼손한 자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사유지의 수목을 훼손한 경우는 재물손괴죄를 적용 받아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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