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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북 유권자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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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국회의원

우리는 정치에서 첨예한 갈등을 잘 조율했을 때 ‘합리적 정치’를 했다고 한다. 또한 그 일을 해낸 정치인을 향해 ‘합리적 정치인’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합리적이란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즉 설정된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합리적’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에는 ‘합리적 정치’가 실종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완패하고 이어 대선에서도 5년만에 정권을 내줬다. 연패를 하고도 반성과 쇄신은 없었다. 

오히려 패배의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지도부를 맡고 출마를 하면서 6‧1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잃어버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핵심기반인 전라북도의 경우 역대 최저 투표율로 민주당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전북 투표율은 48.7%로 최종 집계됐는데 전체 유권자 153만 2133명중 74만 5584명이 투표에 참여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전북 지선 투표율과 비교해도 가장 낮다.

민주당의 핵심기반인 전북의 투표율이 이처럼 낮은 원인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위험신호를 보냈음에도 변화하지 못했고, 대선 패배 후에도 오히려 ‘졌잘싸’를 외치며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계파와 강성팬덤의 눈치만 보며 ‘검수완박’까지 밀어붙이며 중도층을 완전히 등 돌리게 했다. 물론 필자도 국회의원으로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총체적 난맥상이 이번 지방선거의 성적표이다.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정치에서 팬덤은 필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 강성지지층 요구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면 문자폭탄으로 응징한다. 사무실 업무를 마비시키는 전화와 팩스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해방 무렵에 우익이 좌익을 향해서 ‘속이 빨간 공산주의’라며 조롱의 단어로 썼던 ‘수박’이라는 말도 같은 당끼리 서슴지 않게 쓴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위촉되기 전부터 전당대회 룰을 바꾸라고 각종 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심지어 협박성 문자도 보낸다. 당 혁신을 위한 합리적 논의는 커녕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팬덤에 편승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합리적 정치가 실종됐다. 소통과 토론은 마비됐고, 우리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치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역할을 해야한다. 정치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들이 상층하고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은 늘 존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이를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합리적, 이성적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반성하자고, 혁신하자고 하는 당연한 말이 왜 공격 대상인가? 선거 패배 후 책임있는 지도부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왜 ‘수박’이라는 수치스러운 말을 들어야 하는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감이 커진 핵심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계파가 무슨 소용이 있고, 팬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으로 2년 후 총선 전까지 민주당은 합리적인 정치와 토론을 통해 끊임없이 쇄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만약 계속해서 의미없는 싸움질만 하다간 틀림없이 국민에게 철저하게 버림을 받을 것이다. 

당 구성원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핵심 지지층인 전북의 경고를 더 엄중하게 받아들이기를 소망해본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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