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무척 공감하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아이가 온전하게 자라나는 데는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공동체의 보람이고 행복이며 존재 이유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말을 기업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하나의 기업을 키우는 데는 지역 전체의 힘이 필요하다”
누가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과 어떻게 기업을 비교하냐며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소중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뛰어놀 수 있는 건강한 나라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진리를 멀리 살펴볼 필요도 없이 우리의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이처럼 우리에게 늘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의 근간이 되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은 규제완화에서 찾고 싶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규제개혁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생각하는 2022년 규제개혁 체감도는 95.9로 나타났다. 여전히 ‘보통’ 기준인 100을 밑도는 수준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기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투자는 물론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강조하며 기업 및 노동정책을 추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던 게 그간의 평가였다.
현재 기업들이 꼽고 있는 가장 심각한 규제 중 하나가 올해 초 본격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또한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 노동 관련 정책 변화도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다. 이러한 기업경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책에 대해서는 기업인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완화해 나가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업이 성장하는데 지역민의 관심과 성원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일본에는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기도 한 도요타시(豐田市)가 있다. 원래 도시 명칭은 고로모시(挙母市)였으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유치하기 위해 도시의 이름까지 바꾸며 지역 주민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성원하고 협조하였다. 그 결과 현재 도요타시는 일본 677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은 곧 도시의 얼굴이 되고 있다. 수원은 삼성, 울산은 현대, 포항은 포스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우리 전북은 내놓을 만한 대표 기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이 왕성해지면 일자리는 늘고 도민들의 삶의 질은 올라간다. 하나의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가는 물론 도시간 경쟁의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유일 것이다.
기업과 도시가 공동 운명체로 선순환을 만든 사례와 같이 이제부터라도 우리 도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애용하자. 생활 속의 작은 물품 하나에서부터 공장증설과 같은 시설투자도 지역의 건설업체를 이용한다면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로 보답할 것이다.
아울러 전라북도와 시・군 자치단체들도 기업지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 조례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는 없는지, 기업 활동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말하기 전에 전북지역 전체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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