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국학연구기관인 광주전남의 한국학호남진흥원과 전북의 전라유학진흥원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이들 기구를 통합해 호남을 상징하는 대표 역사기구로 만들자는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또 3개 시도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두 차례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구의 통합은 세 자치단체가 천년 동안 같은 문화권에서 생활해 온 공동운명체였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일이다. 또 2014년 3개 시도가 정책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호남은 과거 천년 동안 일부 편견 속에서도 늘 우리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풍요로운 터전 위에 음식 판소리 문학 그림 등 문화와 예술을 꽃 피웠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는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으며 독재의 어둠을 뚫고 민주화의 횃불을 치켜들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호남이 없었으면 오늘의 한국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우리의 도덕과 정신세계를 이끌었던 유교 등 국학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미진한 감이 없지 않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말할 것 없고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의 활동을 보면 호남의 국학연구를 하루빨리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또 지난 3월에는 충청권의 유교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논산에 준공했다. 특히 1995년 문을 연 한국국학진흥원은 일찍부터 국학자료의 보존 및 연구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수집된 국학자료만 해도 고서 고문서 등 58만여 점이고 그중에는 국보와 보물이 20건에 이른다. 또 산하에 유교문화박물관, 인문정신연구원, 포털사이트 유교넷을 운영하는 등 한류 세계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호남권은 2018년 광주전남이 한국학호남진흥원을 개원했고 전북은 전라유학진흥원을 2024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통합과정에서 명칭이나 청사 위치 등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문헌을 맡긴 광주전남지역 기탁자들이 지료반환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통합으로 나갔으면 한다. 통합시너지를 통해 호남국학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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