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3-06-10 05:30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이상권 작가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거울을 닦듯 마음을 봐야

image
이상권 작가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어렸을 때 나는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방학이 되면 외갓집에 갈 수 있어서였다. 외갓집에서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신나게 노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기다렸던 시간은 할머니한테 옛날이야기를 듣는 순간이었다.

밤에 소죽 끓이던 방으로 가서 이불 속에 누우면 할머니는 이야기보따리를 꺼냈다. 나는 귀신 이야기에 덜덜 떨다가, 욕심쟁이가 골탕먹는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 웃다가, 저승으로 길 떠나는 아이 이야기에는 주르르 눈물 흘리곤 했다. 할머니가 어서 자라며 억지로 불을 껐지만, 방금 들었던 이야기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옛이야기와 멀어졌고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다.

작가가 되고 나서야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옛이야기와 다시 만났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꺼지지 않은 불꽃처럼 내 마음속에 살고 있었고, 힘들고 외로울 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동화를 쓰는 바탕에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씨앗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경험을 발판 삼아 요즘 아이들도 옛이야기를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하지만 옛이야기를 새롭게 고치고 창작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자연에 깃들어 사는 생명에 관한 동화를 써왔던 이상권 작가가 옛이야기에 바탕을 둔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특서주니어)라는 멋진 작품을 펴냈다.

미래의 산신령님으로 촉망받는 아기호랑이 백호는 경쟁자인 검은 늑대 때문에 어미를 잃는다. 농부 허절구 집에서 누렁이 의붓어미의 젖을 먹고 살다가 역병 귀신을 물리쳐 마을 사람들을 구해 내고, 황천돌을 부사가 되게 하고, 수성 대사를 왕이 되게 한다.

백호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비법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당신 마음이 가는 대로 하세요”라고 진심을 담아 답을 해주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백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후련하고, 엄청난 위로를 받은 느낌이 들고, 이 세상이 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주던 백호는 결국 세상 모든 신들에 의해 산신령으로 추대된다.

하지만 백호는 산신령 대신 봉래산으로 들어가 한 마리 호랑이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저는 제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수만 가지 이유로 불행하다. 우리의 시선은 타인을 향해있고 그래서 결코 만족할 줄 모른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불안하고 외로운 우리에게 거울을 닦듯 내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신춘문예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