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1:59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오피니언

챗봇도 할 수 없는 투표 참여

image
 강형철 시인

휴대전화가 처음 출현했을 때, 사용하는 사람은 특별했다. 주머니에 배터리를 불룩하게 넣고 손은 큰 물건을 쥐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 괴상한 전화기는 보통 사람의 손으로 다 그려 쥐지 못할 정도로 크고 견고했다. 그런 휴대전화기가 날렵해지더니 지금은 손안에 쥐고 화면을 볼 수 있고,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복합적인 컴퓨터의 기능을 도맡아 하고 있다. 손안의 휴대전화는 못 하는 일이 없고, 이 세상의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이런 상황을 더 확신시켜주는 ‘챗봇’ 이야기도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에 물으면 모든 것에 답을 가르쳐주고 있어 그야말로 만능 선생이 됐다는 이야기다. 

챗봇이 일상화되는 세상이 되면 투표하는 일도 간단할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읽고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지를 결정하여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일을 집에서 휴대전화기로 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달콤한 생각을 깨게 하는 기사가 눈에 확 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챗 GPT라는 그릇된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혁명적인 발전은 우려와 낙관 모두의 원인”이라며 “머신 러닝(maschine learning)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언어와 지식의 개념을 우리의 기술에 통합함으로써 우리의 과학을 저하하고 윤리를 약화할 것”이라며 놀랍게도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날은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라고 일갈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지닌 창조성, 정교성, 복잡성을 강조하면서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비판적 사고의 영역에서 “챗 GPT는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먹어 치우면서도 가장 가능성 있는 대화적 반응에는 느릿느릿한 반응을 외삽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인간의 뇌는 언어를 습득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빠르게 문법을 발전시킨다”라면서 “특히 ’진정한 지성은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음에 반하여 러닝 머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확률로 거래’하는 수준의 기계”임을 밝힌다. 천변만화하는 현실의 상황에 관한 결정에는 쳇 GPT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4월 5일 실시하는 군산시의회의원재선거에서 의원을 선출하는 일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유권자들의 직접 참여 외에 다른 답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가 재선거를 통해 시의원을 선출하는 일은 국민으로서의 소박한 권리 하나를 행사하는 의례적인 일이 아니라. 당대 최고 수준의 컴퓨터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의미를 지닌 일이다.

투표하는 일은 당대 최고의 컴퓨터 혁명의 산물이라는 챗봇조차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위대한 일이며, 유권자만이 투표 참여로 이룰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4월 5일,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인간이 챗봇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증명해 보자. 인간의 위용을 당당하게 보이는 일에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며 투표 참여로 기꺼이 선거에 동참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형철 시인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