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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신과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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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공동대표

“꽃들이 바보가 됐나 봐요.”

봄꽃이 줄지어 피어난 아파트 화단을 지나다 문득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졌다. 꽃이 피는 시기와 순서가 뒤죽박죽됐다는 엄마의 설명을 들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현이었다. 아이의 말처럼 꽃이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 바뀐 환경에 바르게 적응한 것이라 생각한다. 꽃과 나무는 말없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만, 인간의 고정된 시각에서는 ‘바보’라 단정하게 되는 셈이다.

5월이 되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바보가 한 명 있다. 바로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는 별명을 좋아했다. ‘바보’라는 별명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 1번지라는 종로구의 현역 국회의원 지위를 내려놓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 내려가 낙선하면서 붙게 됐다. 1990년 3당 합당 때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나며 꼬마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현명한 국민은 오랜시간 그의 진정성을 확인했고, 결국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에게 다양한 정치적 가치를 표상하고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지역구도 타파, 지방분권,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 상식이 통하는 사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등으로 대변되는 ‘바보 노무현의 정신’은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삶의 매 순간 올바른 일을 하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혼신을 다 바친 치열한 고뇌의 모습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앞에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필자 역시 1996년 첫 만남의 순간부터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오늘까지도 그의 정신을 본받고 따르고자 힘쓰고 있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지고 산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말기 한 인터뷰에서 “바보 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보 정신’은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겠다는 의지이자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득실만 따지는 정치판 속에서 여야가 발목을 잡고, 정치 개혁을 방관하면 국가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국회의원 지역감정과 사회갈등에 기댄 정치를 하고, 거대 미디어에 아부하며, 자본의 이익을 위한 대변자로 일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정치개혁을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코앞의 선거 승리와 권력을 쟁취하는 길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국민을 위한 험로를 택해야 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소망을 최대한 실현하는 정치로 개혁하자. 국회는 선거제도를 개편해 전국단위 비례대표를 늘리고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만들어 ‘혐오의 경쟁’이 아니라 ‘잘하기 경쟁’을 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은 조직된 시민의 힘을 믿고 ‘반칙과 특권’을 향해 칼을 빼 들고 기득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시민과 당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바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치개혁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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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신과 정치개혁 #노무현 재단 #정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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