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후쿠시마 찾아 사진 촬영하는 정주하 교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태를 마치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해
현재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이야기는 점점 사라져가
-정주하 교수 "사진 통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어"
 
   “후쿠시마 사고를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일본을 보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과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매년 후쿠시마를 찾아 그곳을 담는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 전주한옥마을의 한 문화공간에서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진작가 정주하 교수의 '후쿠시마 10년의 기록-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한 (사)마당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폭발사고가 있던 2011년부터 매년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 소마시 일대를 찾아 찍은 11년의 사진기록들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했다.
국내 민간 차원에서 실제 후쿠시마원전 민간인제한구역 최근접 지역까지 찾아 사진을 찍고 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정 교수는 "전남 영광 원전 일대 사진을 찍다가 핵발전과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마침 후쿠시마 사고이후 두려웠지만 매년 일본을 찾아 그 위험성을 일반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정 교수가 찍은 사진에는 미나미소마시에서 이전처럼 지역 축제가 열려 그곳에 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간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모습이 있었다.
다음에 보여준 사진에는 일본 정부도 방사능의 위협을 느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에서 뛰놀게 하도록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원전 주변 계곡과 들판, 다리 옆, 공터, 민가 옆 등 지역 곳곳에 원전 폭발 사고로 오염된 흙을 새까만 1t 마대에 모아놓은 ‘오염토 더미’가 쌓여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오염토 더미는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계곡 깊숙한 곳에만 있었지만, 어느새 후쿠시마 주민들 가까이 놓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주하 교수가 매년 후쿠시마를 담아내며 느낀 것은 일본 정부가 마치 후쿠시마 사태가 없었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에 가면 방사능 얘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지진과 쓰나미 이야기만 가득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1mSV인데 일본 정부는 2013년도 부터 20mSv로 올려 후쿠시마 방사능의 위험성을 평범한 일상으로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를 ‘은폐된 불안’이라고 설명하며 오염수 방류도 ‘은폐된 불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전 세계 모두에게 분배함으로써 고통이 시작된 기원의 이유를 흐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의 기억 또한 시간 속으로 방류돼 어느새 마치 없었던 것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안이한 대처에 힘입어 경제적 대가를 적게 치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현하며 마실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1400만 명이 사는 도쿄 중심부에 호수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수영을 하게 하면 단순히 바다에 버리는 것보다 경제적이면서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꼬집었다.
정 교수는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백제예술대학교 사진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완주자연지킴이연대 대표로 활동하면서 자연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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