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위해 지난 21년 제정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
일부 택배기사들 위 법을 악용해 사실상 파업 수준 태업 반복해
원청인 택배회사는 대리점에게 모든 책임 떠넘기며 수수방관
택배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련 법이 택배회사와 계약하고 기사들을 고용하는 영세 대리점주는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체국 택배를 제외한 택배회사들은 개인이 만든 각 지역 택배 대리점과 계약해 배송한다. 하지만 관련 법은 대리점이 오롯이 택배기사를 책임지게 하고, 원청인 택배회사로부터는 보호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대리점주들이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가 잇따라 발생한 이후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생물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대리점(영업점)이 택배기사에게 최소 6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원청인 택배회사와 대리점 간의 계약관련 등의 내용은 빠져 있다.
실제 전북지역에서 14년째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0대)는 택배기사와 택배회사 사이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원청인 택배회사와 대리점 간의 계약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있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하면 택배기사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택배노조 등 일부 택배기사들이 사실상 파업과 가까운 태업을 해도 마땅히 제재할 수 없고, 가중되는 업무는 대리점이나 나머지 기사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법에서 대리점이 택배기사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극단적인 경우 50일간 출근을 하지 않다가 복귀해 일을 하면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며 “이런 행위가 잦아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대리점들은 본사로부터 신뢰를 잃고, 소비자는 택배를 받지 못하고, 택배기사들도 결국 대리점이 문을 닫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답답해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원청인 택배회사는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회사를 택배기사 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했음에도 택배회사는 여전히 대리점을 ‘방패막이’로 삼고 노동자나 대리점들의 입장은 모른척 하고 있다.
또 택배회사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대리점과 1년 단위 계약 해지를 하게 되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택배회사를 대신해 일부 택배기사의 횡포를 오롯이 받아야 한다.
김 씨는 법의 사각지대 안에서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리점주들도 영세 사업자이자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속에서 노동자일 뿐이다”며 “본사가 ‘계약 해지’를 빌미로 갑질을 하고, 기사가 ‘파업’을 볼모로 대리점주를 쥐고 흔들면 대리점주들의 생존권은 누가 보장해 주냐”고 호소했다.
비단 위 문제들은 대리점주들뿐만 아니라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생존권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
실제 택배기사 김모 씨(40대)는 택배노조원들이 생물법이라는 보호막을 악용해 다른 택배기사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하소연한다.
김 씨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옆에서 출근도 안 하고 일하고 싶을 때만 나와서 하는 둥 마는 둥 한다면 힘이 쭉 빠진다”며 “또 그 사람들의 택배 물량까지 받아서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비노조원들 입장에서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 대리점과 택배회사와 계약이 끊겨 우리도 일자리를 잃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떠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택배회사가 만든 불합리한 구조가 택배노동자와 대리점주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조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택배회사가 노동자 처우개선과 대리점주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