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하고 침통하다. 제국주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독립한 나라중 유일하게 선진국가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에서 상상치도 못할 재정 전횡과 폭거가 발생했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개발사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모아 국가 재정을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균형있게 집행해야 할 중앙정부가 감정적인 재정집행권을 행사하고 있다. 단순히 예산 수천억원이 삭감된게 문제가 아니다. 그간의 모든 열정과 땀이 휙 날아가버리고 전북도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전북도민은 과연 선진 대한민국의 일원이기는 한 것인가.
전북도민들의 희망이 됐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새만금이 일부 정객과 그 하수인들의 칼춤에 목이 잘리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실로 놀랍기만하다.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 규모는 약 7조9000억원인데 이는 전년도 정부 예산안 반영액 대비 380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전년비 신규사업이 408억원, 계속사업이 3462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새만금 주요 사업의 부처반영액 6626억원이 1479억원으로 팍 쪼그라들었다. 무려 78%가 삭감된 것이다. 가히 대한민국 재정사에 기록으로 남을 일이다. 잼버리 파행이라는 돌발 변수는 결국 새만금 예산과 전북도 국가예산 칼질 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돈은 결국 전북보다 훨씬 재정이 탄탄한 다른 시도 몫으로 돌아갔다. 가난한 동생을 두들겨 패 빼앗은 쌀 한두가마니를 잘먹고 잘사는 형에게 줘서 100가마니를 채워준 격이다. 형은 호의호식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반면 동생은 겨우 끼니를 때우던 것도 모자라 이젠 동네를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 부처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은 사업들인데 기재부 심사과정에서 다 날라갔다. 과연 기재부는 어느나라 공무원들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각살우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국민통합과 지역균형의 숭고한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혹여 특정 정파의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잼버리를 빌미 삼아 새만금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잼버리는 불과 수년전 느닷없이 끼어든 일개 행사에 불과하다. 행사 파행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해야 하지만 잼버리와 새만금사업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동일시하는 것은 우매하고도 의도를 가진 편견일 뿐이다. 새만금사업에 적용하려는 ‘잼버리 연좌제’는 안된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약자를 희생양 삼으려는 자들은 과연 훗날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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