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4:5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사설
오피니언

지나친 상업화로 정체성 훼손된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이 지나친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조잡한 외국산 기념품, 크게 늘어난 전동차 등이 난립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한옥마을이 ‘기와지붕만 한옥으로 씌운 관광지’로 변해 버렸다. 이처럼 정체성이 훼손된 것은 코로나19로 묶였던 관광객이 몰려든데다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일 한옥마을 일원의 허용 음식 품목 및 건물 층수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이 고시되면서 기름에 물을 부은 꼴이 되었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일부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 한식 중식 일식 등의 입점제한이 풀렸다. 또 건축물 층수도 한옥마을의 핵심거리인 태조로·은행로에 한해 지상 2층이 허용되고, 전 지구에 지하층도 허용되었다. 상업허가 요건도 종전 폭 8m이상 도로에 접한 대지에서 6m이상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대로변 상가에는 탕후루, 닭날개볶음밥, 타코야끼 등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비롯된 길거리 음식이 중요 상점을 석권했다. 대로변 상가 164곳 가운데 관광지형 가게만 54.9%인 90곳이 들어선 것이다. 또 2015년 당시 1-2개 업체에 불과하던 전동차 대여업이 최근에는 26개 업체로 늘어 400여대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는 이 같은 규제 완화로 지난해 1129만명이던 관광객 수가 올해는 1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로 땅값이 상승하고 소음과 교통난 등 주거환경이 악화되자 마을주민들은 떠나고 한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만 몰려들었다. 2010년 2083명이던 한옥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908명으로 반토막 이하가 되었다. 주거지이자 관광지라는 한옥마을의 핵심가치가 무너진 것이다. 

1930년대부터 교동과 풍남문 일대에 들어선 660여 채의 한옥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뽑는 ‘한국관광 100선’에 6번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도심속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한옥마을은 지금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과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관광객 유치도 좋으나 지속 가능성, 정체성 훼손, 무체류형 관광 등 속도와 방향을 좀더 고민을 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옥마을 #정체성
전북일보 opinion@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