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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아름다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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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남

 '아름다운 거짓말!'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인데 거짓말이 아름답다니 언어도단이다. 거짓말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다. 거짓말에 속고 속이는 아귀다툼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피해를 입혔던가? 반드시 없어져야할 거짓말이다. 특히 우리 사회 현실에서 지도자들이 내뱉는 황당한 거짓말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아름다운 거짓말도 있다. 그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90평생을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면서 거짓말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거짓말이 역설적인 말 같지만 때로는 참 훈훈하고 정답고 눈물 겨울 때도 있다.

방송을 통해서 또는 실생활에서 아름다운 거짓말을 접하게 되었다. 어느 학교에 열성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있었는데 제자 가운데 비록 성적은 중간 정도이고 IQ는 높지 않지만 눈망울이 총명해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은 귀한 아들이라 공부 잘하기를 고대했다.

그런데 아들은 놀기를 좋아하고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를 불러 타일렀다. "너는 머리가 좋은데 성적은 별로인데 네 머리로 조금만 노력하면 우등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부터 나와 함께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으렴" 하고 타일러 보았다. 그랬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정말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럼 할 수 있고 말고"라고 긍정적인 의지를 심어주었다. 그랬더니 그 뒤부터 공부에 열중하더니 놀랍게도 몇 달 뒤에는 정말 우등생이 되었다.

예전 보릿고개 시절 어머니들은 거짓말쟁이었다. 양식이 부족하여 겨우 밥을 지어 담다 보면 엄마 밥은 없았다. 그러면 엄마는 낮에 먹은 것이 체했는지 가슴이 답답하여 밥을 굶었다. 그리고 모처럼 생선이라도 밥상에 오르면 자기는 어려서부터 비위가 상해 생선을 못 먹는 다며  맛있는 가운데 도막은 아버지나 아들 몫이고 꼬리나 머리는 딸 차지였다.

그 때는 정말 소화가 안 되고 어머니는 생선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들딸들이 자라서 생선을 사 드리니 잘 잡수신 것이었다. 거짓말도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남을 속이려는 거짓말이 아니라 남을 위한 아름다운 거짓말은 꼭 필요하다.

수천만 원의 돈을 몰래 놓고 가며 모른 척하는 의인(義人), 가난한 집 현관에 쌀 포대를 놓고 살며시 사라지는 거짓말쟁이, 손자 먹이려고 반찬 남기고 많이 먹었다고 하신 할머니 등 얼마나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거짓말인가?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거짓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게 없으니 나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욕심쟁이였다.

그저 내가 남보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아끼고 숨기고 허욕을 부린 것들만 생각난다. 왜 진즉 깨닫지 못했을까? 그러나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선의의 거짓말이 성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남에게 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결국 결과 보다는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도가 중요하다. 자신의 방편을 위하여 선의를 참칭하는 것은 결코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기준이 다르기때문에 아무리 좋은 취지로 했다고 해도 어떤 사람에겐 피해를 주거나, 선의로 한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겐 전혀 선하지 않거나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그냥 나쁜 거짓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길남 수필가는 초등 교장으로 정년하고 행촌수필문학상. 대한문학작가상, 은빛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논두렁 밭두렁> 외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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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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