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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들의 절규

7월 기준 전북지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 253명, 이 중 20%인 50명 사망
-전북 지역 건강피해자 3만 3701명 추산, 피해자 더 있을 것으로 추정
-“지역에 살고 있는 피해자 적극적으로 찾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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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전북 지역 피해자 모임이 열린 가운데 피해자 중 한명인 김혜정씨가 자신의 의료 기록을 보여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전북일보 엄승현 기자.

“그 물(가습기 살균제)이 좋다고 해서 아토피로 힘들어 하는 아들의 몸에 발라주기도 했습니다. 병을 더 키운 부모가 됐어요.”

대법원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일부 보상의 길이 열린 가운데 전북지역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겪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울분을 토하며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9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전북지역 피해자 모임이 열렸다.

이들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어디에 피해를 호소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순 병원비, 교통비 지원에 그치는 ‘구제’가 아닌 ‘피해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읍에 거주하는 김정용(59)씨는 2007년부터 2년 정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43세가 되던 2008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려졌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병원에서 만성폐쇄성질환(COPD)과 천식으로 판명받았다.

김 씨는 “처제가 사다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였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저의 아버지는 칠순 잔치를 앞두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아들인데 지금 악성 아토피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처음 아토피가 생겼을 때 그 물(가습기 살균제 희석한 물)이 좋다고 해 피부에 바르기까지 했는데 더 심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익산의 김혜정(59)씨 역시 유방암 등의 피해를 겪으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2011년부터 엄청난 가려움과 호흡기 질환이 왔다”며 “병원에 가도 이유를 모른다고 하고 유방암까지 왔는데 이렇게 큰 피해를 겪을지 몰랐다. 증상이 없으면 구제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증상이 추후 발현될 수도 있다고 들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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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이 9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전북일보 엄승현 기자.

문제는 이 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가 있기 전까지 전국에서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약 1000만 병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준 전북지역 신고피해자는 253명에 불과하다. 이 중 사망자는 50명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전북도내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31만 6384명이고 이중 건강피해자(병원에서 진료 등을 받은 사람)는 3만 3701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가 253명 점을 감안하면 0.75%만 피해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더욱이 2017년부터 시행된 피해구제법에 의해 신고자 상당수가 기본적인 구제금을 지급받았지만 폐암, 피부질환 등 아직 피해가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 피해가 피해자 잘못이 아닌 만큼 이들의 정신적 피해 등을 포함한 제대로 된 보상(배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로 이제부터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법에 호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지역 피해자들이 호소할 길이 많지 않다”며 “모든 피해자들은 상태가 심각하든 증상이 없든 신고해야 하고 자치단체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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