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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뜨개질 -이채영

내가 실을 감으면

손주는 풀고

감으면 

풀고

전기불빛이 감기고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 들리고

감기고 감기며

사과처럼 동그러지는 실타래

엉킨다고 천천히 감고

슬슬 하품이 감기고

펄펄 함박눈이 감기고

어느새 애호박만큼 커지는 실타래

뽀송뽀송 나를 감고

손주는 도란도란 할미 품에 잠드네.

 

△ 맑고 고운 시여서 손주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침내 ‘전기불빛이 감기’는 은유적인 비유는 애호박만큼 동그랗게 커져서 담장에 걸린 호박이 성큼 떠오른다. 사과처럼 감긴 실타래가 하품도 감기고 함박눈이 감긴다는 군더더기 없는 사물의 통찰력에 시의 맛을 느낀다. 나를 감는 실타래는 뽀송뽀송하다니요. 손주의 잠든 모습이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따뜻하고 보드라운 숨소리가 아닐까요.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시가 박완서 작가처럼 ‘시의 가시에 찔려서’ 시가 내게로 품었다. /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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