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 입문한 지 10여 년째다. 언젠가 신부가 강론시간에 “사람과 사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하고 화두를 던졌다. 뜻밖의 질문에 신자들이 뻥하자 신부는 자문자답처럼 말했다.
'사람'과 '사랑' 차이는 'ㅁ-네모'와 'ㅇ-동그라미' 받침 차이입니다. 서로 이해하면 'ㅁ' 모서리가 달아서 'ㅇ'이 됩니다. 라며 모난 사람보다는 둥근 사랑을 베풀며 살자고 했다.
그렇다. 사랑은 해나 달처럼 동그란 것이다. 손, 발이 없어도 서로 오가며 잡아주는 것이다. 사랑은 모나지 않고 서로를 옳게 보며 동그라미를 그려가는 것이다. 사랑은 떨어진 것을 이어주고 끝도 처음처럼 같은 것이다. 사랑은 포도송이가 알알이 박혀 와인이 되는 것이고 눈물과 웃음이 섞여 있는 것이다.
동그라미를 그리려면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사랑도 사랑하던 첫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고 처음과 끝이 같이 만나야 진정한 사랑을 완성한다. 사랑은 네모와 세모가 만나 동그라미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사랑이란 세 개, 네 개의 뾰족한 모서리를 지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가 지닌 뾰족한 모서리로 상대에게 생채기를 내며 부딪치고 무뎌지는 과정을 겪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 비로소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낼 모서리가 없는 둥근 동그라미 두 개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문득 부처님 말씀 '네 종류의 사람 이야기'가 생각난다. 신부 강론을 듣고 부처님 말씀이 생각나다니 사이비 교인쯤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을 깨우치는 말씀들이니 무슨 상관이 있으랴. 일단 한번 들어보자.
부처님은 세상에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 번째는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면서 더러운 말을 하고, 못된 행동을 하고 나쁜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이 세상에서 나쁜 업을 짓고 죽은 후에도 나쁜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지만 온화한 말을 하고, 착한 행동을 하고, 좋은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이 세상에서 좋은 업을 짓고 죽은 후에는 좋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세 번째는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지만 더러운 말을 하고, 못된 행동을 하며, 나쁜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세상에서 나쁜 업을 짓고 죽은 후에는 나쁜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빛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면서 온화한 말과 착한 행동을 하며, 좋은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이 세상에서 좋은 업을 쌓고 죽은 후에도 좋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했다.
이 네 종류의 사람 중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계속 어둠의 길을 향해 걸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지금 빛 속에 있더라도 자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어둠 속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빛 속을 걷고 있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은 어둠 속에 있더라도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사랑을 가득 안고 빛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멋진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안도 수필가는 국제 pen클럽 전북본부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문학관 관장, 전북대 평생교육원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수필집<서성이며, 기웃거리며> 등이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