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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지역축제, ‘갈 길’ 다시 물어야 한다

10월,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잔치가 열린다.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 비빔밥축제, 임실N치즈축제, 군산 시간여행축제, 진안 홍삼축제, 고창 모양성제, 남원 흥부제, 정읍 구절초축제,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부안 붉은노을축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잔치들이 줄지어 열린다. 그야말로 축제 홍수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각 지자체가  내 고장의 문화와 경관, 특산물 등을 널리 알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들어냈다. 한번 시작된 축제는 중단되지 않고 매년 새로운 축제가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봄·가을이면 여기저기서 비슷비슷한 축제가 넘쳐난다. 축제의 콘텐츠가 부실해서 지역 특색이 보이지 않고, 경제적 효과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

지역축제가 정체성을 잃고 단체장 치적쌓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각 지자체가 너도나도 ‘축제 내실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지역축제는 대중가수들의 ‘지방 순회 공연장’이다. 지자체의 축제 준비는 성수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는 유명 가수 모시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경쟁을 ‘돈질’로 뚫어낸 지자체들이 초대 가수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축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TV에서나 볼 수 있는 ‘트로트 페스티벌’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배치해 놓고 출연 가수를 집중 홍보하는 곳도 있다. 외딴 산속에서 열리는 야생화축제에서조차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놓고, 입장료까지 받는다. 잔치 경비는 대부분 주민 혈세로 충당된다. 여기에 축제장 방문객들도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통해 가수들에게 내어준 엄청난 노랫값의 일부를 부담한다. 끊이지 않는 축제장 바가지요금 논란이 바로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맘때 어디를 가든 발에 차이는 게 연예인을 위한 지역축제다. 이럴 거면 굳이 혈세 들여 축제를 열 이유가 없다. 인기 가수들을 대거 초청해 잔치판을 북적이게 만들어도 절대 전국적인, 세계적인 지역축제가 될 수 없다. 축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축제의 여러 문제점을 들춰내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갈 길’을 다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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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홍수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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