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지정에서 도시재생까지…역사문화자산 활용법이 관건
후백제 고도 지정을 위한 전주만의 전략, 지금부터 세워야
후백제 고도 지정을 추진 중인 전주시가 길잡이로 삼아야 할 선례는 이미 존재한다. 바로 고도로 지정된 고령, 익산, 공주, 부여, 경주 등이다. 이들 지역은 역사문화자산의 보존과 활용, 주민 공감대 형성을 통해 과거의 왕도를 오늘의 문화도시로 되살려냈다.
1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고도는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ㆍ문화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시를 뜻한다. 지난 2004년 경주, 부여, 공주, 익산이 고도로 동시에 지정돼 역사문화환경 보존·육성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경북 고령이다. 고령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산동 고분군과 함께, 국내 다섯 번째 고도로 지정되며 ‘대가야의 왕도’로 거듭나고 있다. 고도 지정 이후 고령군은 ‘고도 역사도시 조성사업’, ‘탐방거점 조성사업’, ‘고도 주민활동 지원사업’ 등 다양한 국비 사업을 확보했고, 1220억 원 규모의 관련 문화유산 사업도 국가유산청과의 협업 아래 진행 중이다. 고도 지정은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역사도시로서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공주시도 고도의 모습대로 보존하는 사업으로 2020년부터 10년간 35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주시와 옆 동네인 익산 역시 고도 지정 이후 가장 활발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백제 무왕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익산은 ‘고도 육성 종합정비계획’을 바탕으로 유적 복원과 문화공간 조성에 집중해 왔다. 대표적으로 익산 미륵사지 일원에는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을 통해 복원과 체험시설이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주민 참여형 마을 재생과 관광 콘텐츠 개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익산시는 고도 지정 이후 국립익산박물관을 유치했고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일원에서 정기적인 학술조사 및 문화축제를 통해 지역민의 역사적 자긍심과 외부 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고도 지정이 단순한 행정 명칭에 그치지 않고 지역 재생과 브랜딩 전략으로 작동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고도 지정은 단순한 유적 보호를 넘어 도시 전반의 문화 정체성과 미래 전략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그러나 그 출발은 결국 유적의 실체와 정당한 역사성 확보에서 비롯된다. 고령은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가 결정적 근거였고, 익산은 미륵사지·왕궁리 유적 등 백제 왕도의 실증적 자료가 핵심이었다.
전주 역시 최근 종광대, 기자촌 일대에서 확인된 후백제 도성과 왕궁지 유적을 바탕으로 고도 지정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고도 지정을 위한 전제 조건은 단순한 유구의 존재가 아니다. 도민 공감대 형성과 활용 방안, 보존과 개발의 균형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고도는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후백제를 단순한 유적으로 남길 것인지, 전주의 정체성과 연계한 성장 전략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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