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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춘향 영정·사당’ 논란, 조속히 해결해야

예향(藝鄕) 남원은 지금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춘향제’다. 올해 95회째를 맞는 축제가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남원시가 춘향제와 관련된 해묵은 논란을 여태 매듭짓지 못하면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춘향 영정’과 ‘춘향 사당’ 문제다. 

제95회 춘향제 개막을 앞두고 남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춘향 사당 복원과 최초 춘향 영정 봉안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1931년 건립된 춘향 사당 내외부에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상당수 시민들이 동조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또 새로 그린 춘향 영정 대신,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최초 춘향 영정을 사당에 봉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춘향 영정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과 갈등은 지난 2023년 5월 남원시가 1억7000만원을 들여 새로 제작한 영정을 공개하면서부터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춘향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며 교체를 요구하면서다. 새로 제작된 춘향 영정은 사실 세 번째 작품이다. 강주수 화백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춘향 영정은 1961년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후 김은호 화백의 친일 행적이 문제되면서 남원시가 2020년 10월 이를 철거하고, 2023년 새 영정을 봉안한 것이다. 소설 속 가상 인물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그리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다수의 국민이 상상해온 모습, 그리고 그 시대, 해당 연령대 여인의 모습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면 그대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원시민들이 수긍하지 못한다면 대안을 찾는 게 맞다. 그런데도 남원시의 대응은 여태껏 미지근하다.

남원시는 지금 올 축제를 넘어 ‘춘향제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거창한 청사진을 내세우기 전에, 춘향제 100년을 맞기 전에 먼저 춘향 영정과 사당을 둘러싼 논란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형식적인 토론회만으로는 안 된다. 실질적 해법을 찾기 위한 지역사회 공론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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