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년과 기술, 그리고 새로운 농업이 있다. 장수군은 대한민국 농업의 내일을 미리 보여주는 실험장이자, ‘공공 임대형 스마트팜’을 본격 가동한 선도 지역이다.
2025년 5월, 본격 운영에 들어간 임대형 수직농장은 장수군의 미래농업을 상징하는 출발점이다. 2,013㎡ 규모의 첨단 시설에서 6명의 청년 농업인들이 DFT(Deep Flow Technique) 방식의 수경재배로 부추, 로메인 같은 엽채류를 키우며 기술 중심의 스마트농업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이 농장은 땅을 일구는 전통적인 농업 공간이 아니다. 토양이 아닌 물과 양액을 이용한 재배방식으로 정밀한 EC(전기전도도)·pH·수온 자동제어 시스템, CO₂ 농도 조절, LED를 이용한 인공광, 그리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통합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식물공장’이자, 청년들이 기술을 배우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교실이다.
이어 오는 7월에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가 문을 연다. 총 8ha 규모의 유리온실 가운데 먼저 조성된 1단계 4ha 공간에 24명의 청년 농업인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스마트팜은 지열 냉난방, 자동환경제어, 양액순환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작물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청년 농업인들은 이곳에서 과채류 중심의 작물을 재배하고 생산부터 출하까지 재배·관리·판매 등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하게 된다.
무엇보다 장수군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시설들이 ‘공공형’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민간 중심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와 경영 리스크로 인해 청년의 진입장벽이 높았다. 장수군은 토지, 시설 등을 저렴한 가격에 지원해 그 장벽을 과감히 낮췄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청년들은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조차 값진 학습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농업 정책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농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 공동화의 삼중고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인구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길 기다리기만 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환경과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장수군은 단순히 청년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지역에 머물고, 스스로 성장하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오라’는 말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토대를 만든 것이 이 사업의 진정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특히 장수군이 스마트팜에 집중한 데에는 분명한 시대적 판단이 있었다. 기후위기의 시대, 전통 농업 방식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아 가뭄, 폭우, 이상 기온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물과 에너지를 아껴 쓰는 첨단 재배 방식은 기후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또 스마트팜은 청년들이 농업을 기피하던 오래된 이유에도 정면으로 답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주 8일제’라 불리는 농업환경 때문이었는데, 최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주 5일제 농업’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장수군은 농업을 더이상 사양산업이 아닌, 기술과 결합한 미래의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이 돌아오는 부자 농촌, 기술이 자라는 농업을 실현할 것이다. 장수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우리 지역사회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농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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