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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대통령 사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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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대통령을 어떻게 찍을까. 선택이 끝난 투표 이야기가 아니다. 새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며 공식 화보를 찍는 사진이 이전의 촬영들과 확연히 달라진 게 화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속 사진가가 된 위성환 작가는 ‘탱고 사진’으로 유명했던 이다. 12년 동안 세계를 돌며 탱고 춤을 추는 이의 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내 사진에서 탱고 음악이 들렸으면 좋겠다” “사진은 빛이 아니라 관계를 찍는 것이다” 그가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가, 화면에 무엇을 담아내려 하는가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을 찾은 대통령의 사진에는 초점이 골목에 맞아 있고 대통령은 그곳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옆얼굴로 흐려져 있다. 청사 구내식당에서는 환하게 웃는 직원들이 중심을 차지한다. 대통령 전속 사진의 공식을 뒤집은 촬영들이다. 지도자를 가운데 두고 열광하는 군중을 부차적으로 배치하는 선전화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오바마의 사진가였던 피트 수자는 이전의 대통령 사진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스냅 스타일을 통해 오바마의 탈권위, 경청, 고독한 결단을 이미지화 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서사와 맞물려 오바마의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위성환의 작업은 감정, 인간적인 면모, 맥락을 중시하는 피트 수자의 사진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한국 현실을 고려해 적절한 거리와 인물의 배치를 더 짧은 순간, 우연의 기막힌 조합으로 붙들어낸다. 

정치 사진은 한 시대의 조류를 따라 간다. 본격적인 정치캠페인이 도입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어린 아이를 안고 귀를 기울이는 ‘보통 사람’을 연출했다. 정치군부의 2인자가 보통 사람이라니, 많은 이가 치를 떨었지만 야권의 분열구도에 힘을 입고 전두환과 미리 짠 거리두기를 하면서 노태우는 기존 이미지 탈색에 성공했다. 김대중 후보는 두루마기 차림에 머리를 손에 올려 큰 원을 그린 사진으로 재야, 투쟁적인 지도자 이미지였다. 연이은 실패 이후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양복을 입고 춤을 추며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뉴DJ플랜은 겉으로 부드럽게 보이기를 넘어서 계층과 지역,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있는 유권자 층을 공략하기 위해 매우 현실적으로 다듬은 정치 캠페인이었고 이런 천신만고 끝에 김대중은 비로소 이길 수 있었다.

이후 대통령 자리의 변화를 보면 “시대가 인물을 들어 올린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전쟁과 가난, 남북 대립, 산업화, 군부독재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그때마다 서사가 들어맞는 후보자들이 대권의 자리에 갔다. 이명박이 산업화의 혜택을 집중한 성공한 기업인 서사로 정상에 오른 후 박근혜의 당선과 퇴장으로 박정희 서사는 한국정치사에서 소진되었다. 극적인 반전과 희생이었던 노무현 서사는 문재인 집권으로 거의 완결되었고 윤석열은 그 끝에서 한국 정치의 부정적인 유산들을 끌어모으며 정쟁의 효과적인 기획과 집중력으로 최종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어린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천천히 밀고 가는 할아버지, 퇴임 후 밀짚모자를 쓰고 막걸리 잔을 든 이웃 주민으로 환히 웃는 노무현의 모습은 어쩌면 그 아우라를 다시는 재연할 수 없는 정치 사진의 끝판왕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재명은 혹독한 가난을 온몸으로 살아내며 소년공, 입신, 정치 참여와 성공적인 지자체 경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개인사의 그늘도 드러내면서 좌충우돌 여기 대통령 자리까지 왔다. 국민이 진정한 중심이라는 그의 공언대로, 임기의 끝날까지 그가 약속한 시선을 일관되게 놓지 않는 모습을 매일 확인하듯 사진으로 보고 싶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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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진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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