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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논 기준 배수시설에 밭은 속수무책…남원 금지·송동 또 잠겼다

섬진강·요천·수지천 합류부 저지대, 해마다 침수 반복되는 중
밭작물 중심으로 바뀐 농업구조…배수시설은 여전히 벼 기준
“기후변화에 지역 맞춤형 대책 시급”…전문가 구조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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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린 지난 17일 남원시 금지면 소재 비닐하우스 2동이 물에 잠겨있다./사진=독자제공

"작년이랑 똑같아요. 또 이 모양입니다"

지난 18일 남원시 금지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인규(79) 씨는 지난밤 쏟아진 폭우에 흙탕물로 가득 찬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멜론을 재배하던 하우스 안에서 양수기로 물을 빼내며 "비만 오면 쑥대밭이 돼요"라고 말했다.

21일 남원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7일 남원시에는 지역별로 최고 317㎜의 폭우가 쏟아졌다.

상습 침수지역인 송동면과 금지면 일대에는 260㎜ 가까운 장대비가 하루 만에 퍼부었다.

시는 17일 오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정오에는 호우경보에 따라 2단계 대응 체제로 격상했지만, 이 일대 농경지 침수피해는 또다시 반복됐다.

이처럼 반복되는 침수는 지형과 배수 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송동면 세전리와 금지면 귀석리 등 일대는 섬진강과 요천, 수지천이 만나는 합류부 저지대로, 강 수위가 높아지면 마을 안의 빗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는 곧 농경지 침수로 직결된다.

이를 막기 위해 귀석·상귀·하도 등지에 배수장이 설치돼 있지만, 이들 시설은 벼농사(수도작) 기준에 맞춰 설계돼 있다.

벼농사를 짓는 논은 70cm 정도의 수위가 24시간가량 유지돼도 생육에 큰 지장이 없다. 반면, 수박이나 멜론 등의 밭작물은 수 시간만 잠겨도 생육에 치명적이다.

농업 구조가 밭작물과 시설하우스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벼농사에 맞춰진 배수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20년에도 이 일대는 폭우와 섬진강댐 방류가 겹치며 제방이 붕괴되고 주민 수십 명이 고립됐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띄는 구조개선은 없다. 농민들은 “이제는 여름이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는 앞으로 국지성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구조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상기후로 인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비가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류 하천과 마을 주변 배수로 정비를 강화하고, 저지대 마을에는 소형 배수펌프장과 역류 방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댐 방류와 연계한 마을별 수위 경보체계와 사전 대피 알림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도 피해 최소화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반복되는 침수에 농민들은 여름이 오면 불안부터 앞선다.

마을 주민 최모(72) 씨 “이제는 비가 반가운 게 아니라 두려운 존재가 됐다”며 “밭농사 한 번 제대로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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