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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노년에 찾은 문학의 쉼터, 독서동아리 ‘독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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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도서랑' 회원 (왼쪽부터) 백형호, 이인, 최옥란, 김선호, 최병천 씨/사진=독자

“60세에 조금 철든 것 같고 75세까지는 성장한다”는 ‘젊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청춘들이 있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당시 외국어교육과 영어전공) 75학번 동문 3명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독서동아리 ‘독서랑’이 그 주인공이다.

독서랑의 시작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우리도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해 보자”는 뜻이 모였다. 첫 도서로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영어 번역본 (Deborah Smith 역)를 선택했다. 전주시립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공간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동기와 후배들이 합류하면서 정식 동아리 등록을 추진했다. 결국 지난 3월 7일, 전주시립도서관에 ‘독서랑’이라는 이름으로 등록을 마쳤다.

현재 회원은 김선호(68), 백형호(69), 이인(69), 최병천(66), 최옥란(68) 등 다섯 명이다. 이들은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오후 전주시립 평화도서관에서 모임을 이어가며,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독서랑 모임의 취지는 세 가지다. 첫째, 원문 소설과 번역본을 비교 분석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한다. 둘째, 번역본을 통해 새로운 어휘와 숙어를 익힌다. 셋째, 국문 소설과 영문 번역본을 함께 읽으며 각 언어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배운다. 회원들은 사전에 두 권의 책을 나눠 읽어오고, 모임은 영어 번역본의 스토리텔링 음원으로 시작한다. 작품 속 표현에 감탄하기도 하고, 번역의 한계를 지적하며 토론을 이어간다.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라는 말처럼, 회원들은 아마추어 비평가의 시선으로 원문과 번역을 함께 탐구한다.

회원들은 실제 지난 7월 30일에는 광주를 찾아 <소년이 온다>의 배경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금남로와 충장로, 전일빌딩245, 5·18민주광장, 옛 전남도청과 상무대 자리,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 전남대 기념 조형물을 차례로 둘러보며 민주항쟁의 흔적을 되새겼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오롯이 경험한 회원들은 “문학이 역사를 만나는 순간”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모임 속 토론은 때로는 손쉽게 합의에 이르기도 하고, 의견이 갈려 열린 결론으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합리적 결론에 다다른다는 점에서 모두가 성취감을 느낀다. 독서동아리의 대표 이인 씨는 “책을 통해 제2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며 “새로운 배움이 있어 청춘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꿈을 꾸며 배우는 이가 곧 청춘”이라는 회원들의 말처럼, 독서랑의 활동은 단순한 독서 모임을 넘어선다. 이들은 문학을 매개로 시대와 언어, 역사와 삶을 다시 배우며 서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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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도서랑 #독서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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