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달렸습니다. 2만 년 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서부지역 윌란드라 호숫가, 키 2m인 사내가 시속 20km로 세상을 건넜습니다. 진흙에 찍힌 그 발자국이 최초의 달리기를 기록한 셈이지요.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군을 격파한 그리스군 승전보를 전하려 전령 페이디피데스는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달렸고요.
이제는 사냥이 아니라, 전쟁이 아니라 정신력과 체력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달린다고 합니다. 흔히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지요. 42.195km 마라톤은 마의 벽을 비켜 갈 수 없다지요. 30km 지나 5km쯤 꼭 죽을 것만 같다지요. 보상처럼 러너스 하이가 기다리기도 한다지요.
오늘도 또 달리는 저이들을 길 위로 내모는 건 세상일까요? 자신일까요? 아니 불안일까요? 200만 년 전 인류 몸에 새겨졌다는 유전자만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숨이 턱에 찹니다. 무사히 깔딱 고개를 넘어가 저이들도 몸은 가볍고 정신은 맑아진다는 러너스 하이 그 오르가슴에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멈추면 세상에서 퉁겨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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