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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가을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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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상강 지나 입동이 코앞입니다. 한 초등학생 아이가 선생님께 물었답니다. “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거예요?” “응 그건 우리 땅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서 태양을 돌기 때문이란다.” 선생님은 대답했고요. 어젯밤 마감뉴스 기상캐스터, “내일 새벽엔 서리가 내리겠습니다. 장롱 속 패딩을 꺼내셔야 하겠습니다. 당분간 비 없는 건조한 날씨가 예상됩니다.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설악을 물들인 단풍이 하루 25km 속도로 남하한다는, 오대산 지나 속리산 지나 11월 초 내장산을 사른다는 말 없었습니다. 

 

시속 1km 남짓이라지만 가을의 속도는 마음에 따라 다르겠지요. 아이와 선생님이 달라 아직 까마득히 먼 크리스마스 때문에 굼벵이처럼 느려터지기도, 소풍 다녀온 뒤 학예회 준비로 휙휙 내달리기도 할 것입니다. 시인과 기상캐스터가 달라 버석한 마음 핑계 삼아 한잔 낮술에 세월쯤 잊어버리기도, 여름 지나 겨울로 가는 반 뼘 계절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느새 억새 머리가 허옇네요. 몸은 잡아끄는 세월 따라나서건만 마음이 따라붙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렇게 취한 듯 쓸리겠지요. 몸만 가고 마음 못 따라가니 멀미에 어지러울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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