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잇고 나눔 넓히다…함께 시리즈가 만든 변화 시민 참여형 나눔 문화…‘함께 사는 도시 전주’ 구축
전주시가 추진해 온 ‘전주 함께 시리즈’는 복지를 제도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라면 한 봉지에서 출발한 나눔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일상의 공간에 스며들며 세대 돌봄과 지역경제로 확장됐다. ‘전주함께라면’을 시작으로 함께힘!피자, 함께미소, 함께주방, 함께장터, 함께라서로 이어진 흐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를 일상에 연결해 왔다. 함께 시리즈가 확장해 온 과정을 따라가며, 시민 참여가 일상의 공간 속에서 복지로 이어진 방식을 살펴본다.
라면 한 봉지로 만든 일상의 복지, 전주 함께 시리즈의 출발
‘전주함께라면’으로 시작한 전주형 복지정책 ‘함께 시리즈’가 새로운 도시형 복지 생태계를 구축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행정이 모든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없었던 한계를 넘어 ‘시민이 직접 복지를 만드는 구조’를 구현한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주시는 혼자 사는 중장년과 은둔형 위기가구,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으로 어려움에 놓인 가정 등 제도 밖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주목했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런 위기를 제때 발견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주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복지 공간을 일상 곳곳에 마련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첫 단계가 라면 한 봉지를 매개로 한 ‘전주함께라면’이다. ‘함께라면’은 복지관과 청소년시설 등에 라면 나눔 공간을 조성해 누구나 별도의 신청이나 심사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라면을 채우고,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아무런 부담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함께라면’의 핵심은 순환이다. 시민의 기부로 채워진 라면이 또 다른 시민의 식사가 되고, 복지관을 반복적으로 찾는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일상적인 대화와 이용 과정에서 생활 상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담을 통해 복지 신청과 지원으로 이어진다. 제도 밖에 머물던 위기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통로로 기능하는 것이다.
‘함께라면’은 2024년 6개 복지관에서 시작해 2025년 청소년시설 2곳에 추가로 개소했다. 이후 라면에 커피와 책을 더한 복합 복지공간 ‘함께라떼’로 발전하며, 현재 함께라면 8개소, 함께라떼 6개소가 운영 중이다.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년 12월 기준 ‘함께라면’ 누적 이용자는 6만 8000여 명, ‘함께라떼’ 이용자는 3만 2000여 명에 이른다. 두 공간을 통해 이어진 후원은 총 994회로 라면과 커피, 즉석밥 등 물품과 성금을 합쳐 약 1억 8000만 원 규모다. 이 과정에서 맞춤형 지원으로 이어진 위기가구 발굴도 211건에 달한다.
세대를 잇고, 나눔을 넓히다…함께 시리즈가 만든 변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전주함께라면’의 방식은 이후 확장되는 ‘전주 함께 시리즈’ 전반을 떠받치는 출발점이 됐다. 시민 참여와 일상 공간을 기반으로 한 접근은 세대 돌봄과 나눔, 지역경제 영역으로 확장됐다.
‘전주 함께 시리즈’의 세 번째 나눔 사업인 ‘함께힘!피자’는 세대를 잇는 복지 모델이다. 이 사업은 후원금으로 재료를 마련하고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간식을 아동·청소년 시설에 전달하는 구조다. 어르신에게는 일자리 기회를,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전주시 3개 시니어클럽이 참여해 피자 796판, 샌드위치 743개, 찐빵 85박스를 87개 지역아동센터와 공동생활가정 등에 전달했다.
독거노인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나눔 프로젝트인 ‘전주함께미(米)소(笑)’도 추진됐다. 이 사업은 정부가 추진한 민생소비쿠폰 사용 금액의 10%를 기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온정을 나누는 방식이다. 지난 한 해 794건의 후원이 이어졌고, 성금과 물품을 합쳐 약 2억 3000만 원 규모의 기부가 모였다. 모인 후원은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에게 백미와 누룽지, 식료품 등의 형태로 전달됐다.
나눔을 실천하는 공유공간으로는 ‘전주함께주방’이 자리 잡았다. 함께주방은 시민과 자생단체, 봉사단체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조리 공간이다. 사전 신청을 통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만들어진 음식은 이웃과 나누게 된다. 전주시는 노송동 천사마을, 전주푸드 효천점에 이어 최근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3호점을 추가로 조성하며 운영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상생의 문화를 지역경제 회복으로 연결한 ‘전주함께장터’도 함께 추진됐다. 함께장터는 기업과 공공기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착한 소비 운동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이용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업이다. 특히 9월부터는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건강 증진과 사기 진작을 위한 산단 노동자 아침 식사 지원이 본격 추진돼 큰 호응을 얻었다. 산단 거점지역 2곳에서 소상공인의 선결제와 시민 후원금으로 마련한 김밥, 컵밥, 샐러드 등을 새벽 출근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총 13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846개 업체, 4325명의 노동자가 든든한 아침 식사를 지원받았다.
일상 속으로 스며든 복지, 다음 장을 준비하다
함께라면에서 함께라떼, 함께힘!피자, 함께미소, 함께주방, 함께장터로 이어진 ‘전주 함께 시리즈’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시·군 우수정책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한 지금까지 전국 45개 기관이 전주를 방문해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했고, 이 가운데 익산과 경기 광명시‧파주시 등 5개 지역에서는 ‘함께라면’을 실제로 도입해 운영하는 등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2025년 12월 덕진공원에서 열린 ‘전주와 함께라면 축제’는 함께 시리즈의 철학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라면 1개 기부 후 입장’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흥미를 이끌었고 누구나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행사를 통해 라면 6456개와 성금 120만 원이 모였으며, 시는 축제를 계기로 ‘쉬운 기부 문화’를 더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온정의 흐름은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나눔으로 이어졌다. 전주시는 지난해 12월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함께 시리즈인 ‘함께라서(書)’를 발표했다. 함께라서는 시민과 기업, 지역 서점이 참여해 책을 기부하고 나누는 방식의 복지사업이다. 기증된 도서는 독서 소외계층과 시민에게 전달되며, 책을 매개로 한 나눔 활동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과 기업, 단체 등의 자발적인 책 기증을 바탕으로 나눔을 확산하고, 다 읽은 책을 다시 나누는 실천을 통해 참여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먹거리 중심으로 전개돼 온 기존 ‘함께 시리즈’에 책을 더해, 나눔의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전주 함께 시리즈’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복지를 생활 속에서 축적해 나가고 있다. 라면 한 봉지에서 시작된 나눔은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 경제 회복으로 이어졌으며, 이제는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나눔이 시작됐다. 이를 통해 시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이 하나씩 넓혀지며 일상 속 복지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 함께 시리즈는 라면 한 봉지, 커피 한 잔 같은 작은 나눔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생활권 기반 복지 공간을 넓히고 시민 참여형 나눔 문화를 만들어 ‘함께 사는 도시 전주’의 복지 패러다임을 차분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정원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