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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민단체, 도민의 등대인가

김영 전북펀드7조포럼 대표/(사)전국농산물품질관리사협회장

전북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질문을 반복한다. 왜 산업은 바뀌지 않는가, 왜 인구는 줄어드는가, 왜 선거 때마다 약속은 넘치는데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가.

이 질문의 답은 흔히 ‘의지 부족’이나 ‘중앙정부 탓’으로 정리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정체를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북의 문제는 산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산업을 실제로 시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권한과 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치는 늘 거창한 계획을 말해 왔지만, 그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하는 제도는 만들지 않았고, 실패에 책임지는 실험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북 정치는 점점 서로 닮아왔다. 정책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물 간 차별성도 흐려졌고, 그 결과 비슷한 언어와 비슷한 약속이 반복되었다.

정치는 더 나은 해법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순환하는 무대가 되었고, 지역 발전 역시 관성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새만금이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새만금 개발은 구체적인 실행 구조나 책임 설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정치적 구호로 작동해 왔다. 누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재원은 무엇이며 실패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새만금’이라는 이름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경험이 반복되었다.

이 경험은 전북 정치에 하나의 학습 효과를 남겼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구조를 증명하지 않아도, 익숙한 상징만 제시하면 충분하다는 신호다. 그 결과 정책은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면책의 언어가 되었고, 질문을 회피해도 되는 정치 문화가 굳어졌다.

문제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니다.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 정치, 실현 가능성을 묻지 않는 선거,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누구라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 정치가 도약하지 못한 이유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작동시키는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시민단체는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정책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기준을 세우는 공적 장치다. 후보의 공약을 묻고, 따지고, 비교하는 과정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책임을 요구하는 민주적 행위다. 그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정치는 다시 관성에 맡겨지고 도민은 늘 비슷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이나 또 다른 구호가 아니다.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시민 앞에서 책임 있게 응답하는 정치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그러므로 이제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후보자 정책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도민의 선택을 밝히는 등대가 되는 길이다. 이 역할은 어느 한 단체의 몫이 아니라 전북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책무다. 기준을 세우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정치의 언어는 바뀌고, 그 변화는 결국 지역의 선택지를 넓히는 힘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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