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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수학여행의 판을 바꾸는 고창

김영식 고창군부군수

김영식 고창군 부군수

입춘(立春)을 지나며 설창 고창에도 어느새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겨우내 얼어 있던 선운산 계곡의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고, 동백나무의 분홍빛 꽃봉오리도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각급 학교들이 신학기 준비에 들어가면서 ‘대한민국 수학여행 성지’를 표방한 고창군의 발걸음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학생들을 맞이할 교육형 여행 준비가 본격화된 것이다.

최근 수학여행의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형 일정에서 벗어나, 교과서 속 지식을 현장에서 체험하며 역사와 자연, 문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교육 중심형 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동보다 체험, 관람보다 참여가 중요해진 것이다. 고창군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학여행’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교육 관광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고창은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에서 동학농민혁명, 판소리와 전통예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공간이다. 이곳의 역사는 기록 속 문장이 아니라 마을과 들판, 유적과 풍경 속에 살아 숨 쉰다.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현장에서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공간적으로 마주하며, 역사가 현재와 연결된 흐름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는 암기식 학습이 아닌 체험을 통한 이해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갯벌 역시 살아 있는 교과서다. 드넓은 갯벌과 철새 도래지, 습지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 온 시간의 증거다. 학생들은 갯벌 체험과 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하게 되고, 오늘의 환경 선택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몸소 느끼게 된다.

고창군은 이처럼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엮어 수학여행에 최적화된 네 가지 테마 코스를 마련했다. 각 코스는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니라 학습 목표와 체험 활동이 결합된 교육형 여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첫 번째 코스는 ‘책과 기록’을 주제로 한 인문 체험형 코스다. ‘책마을해리’, ‘고창황윤석도서관’, ‘책이 있는 풍경’ 등을 잇는 일정으로 구성돼 학생들은 지식이 생산되고 전승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한다. 독서 체험, 작가와의 만남, 고서 전시 관람 프로그램이 더해져 사고력과 표현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코스로 평가된다.

두 번째 코스는 ‘고창의 일곱 가지 세계유산’을 따라가는 역사·자연 융합 여정이다. 판소리박물관에서 우리 소리의 뿌리를 이해하고, 고인돌 유적과 운곡람사르습지, 고창갯벌로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경험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생태 체험이 결합된 대표 코스다.

세 번째 코스는 인물 중심의 역사 탐방 코스다. 실학자 황윤석, 판소리 중흥의 거목 신재효,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 등 고창이 낳은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따라 걷는다. 학생들은 개인의 신념과 선택이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배우며 주체적 사고와 시민의식을 함께 기를 수 있다.

네 번째 코스는 자연을 교과서로 삼는 생태 교육 코스다. 고창 갯벌과 습지, 고인돌 유적지, 학원관광농원의 청보리밭과 가을 메밀꽃 단지를 잇는 일정으로 계절별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봄에는 청보리의 생명력을, 가을에는 메밀꽃의 장관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농업 문화의 가치를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역사는 외워서 남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다. 고창에서의 수학여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닌 배움이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확장되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창 수학여행의 새로운 장은 지금도 힘차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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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수학여행 #고창문화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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