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을 전격적으로 공습한 것은 양측의 핵 협상이 더는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세 차례 이란과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도 핵심 요구사항인 핵 프로그램 폐기를 이란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는 현재 60%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 우라늄 농축을 다시 '제로'로 만들라는 것, 그리고 이미 농축된 우라늄 300㎏을 미국에 넘기라는 것이 골자였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따라 핵 포기는 일몰조항 없이 영구적이어야 하며,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 3곳을 해체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발전·의료 등 평화적 사용을 위한 것이며, 이같은 목표 아래 투자하고 자국의 과학기술로 축적해온 결과물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그동안 외교적 해법을 추구했으나 협상 테이블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미국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 핵 포기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그들은 핵 야망을 포기할 모든 기회를 거부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결국 이란의 지하 핵시설 폭격으로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12일 전쟁'을 매듭지었던 미국은 다시 한번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와, 핵개발 시도 차단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 '노딜'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제한적 규모의 공습을 군사행동 초기 옵션으로 검토해왔다. 대(對)이란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란 정권에 전면적 공격에 대한 공포심을 심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러나 이날 공격은 그 수준을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공격으로의 '직행'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군의 대이란 공격 대상으로 미사일과 미사일 산업, 해군 등을 명시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그들(이란)의 미사일을 파괴하고 그들의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초토화할 것"이라며 "그것은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 수준을 넘어 이란이 중동내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중동내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역량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 목표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동시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억제, 중동의 대리 세력(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의 안정을 위해선 이란의 핵 능력뿐 아니라 군사력 전반에 대한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였는데, 이란 입장에선 사실상 제재 해제의 대가가 '무장 해제'나 다름없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 문제의 경우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 내 미군기지를 사거리로 둔다는 점에서 안보 위협으로 여겨졌지만, 이란으로선 체제 존속을 위한 군사적 카드를 포기하는 셈이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그동안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 등으로 이란을 압박해 온 미국은 그동안 추구해 온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 군사적 해법을 선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친이스라엘 기조와, '힘을 통한 평화' 기조, 국제적 '위력 행사' 의지 등과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어 보인다.
이란 핵문제가 고질적인 미국의 위협이긴 하지만 작년 6월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내 3대 핵심 핵시설에 큰 타격을 입힘으로써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간표를 수년 늦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럼에도 공격을 결단한 것은 이란의 극심한 경제난 속에 근래 대규모 이란내 소요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란 하메네이 신정 체제의 힘이 빠지고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기회'로 여긴 데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미국 최대의 골칫거리인 이란의 군사력을 결정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오랜 안보 위협 중 하나를 사실상 제거하는 업적을 이루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집권 2기 후반부 의회 권력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란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군사력을 불능화시키는 작전의 최대 수혜자는 이스라엘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확고한 친이스라엘 기조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속적인 설득을 수용해 작전을 결단했을 것으로 많은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관건은 이번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 수위, 그리고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 여부다. 두 변수의 조합에 따라 조기 봉합부터 전면전 확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굴복하고 '항복' 수준으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이란은 그동안 밝혀온 대로 즉각적인 대응 공격에 나섰다.
이란이 작년 6월 '미드나잇 해머' 작전때의 '약속대련식' 대응 공격 수준을 넘어 실질적 응전을 할 경우 미국으로선 맞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정권 교체를 위한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을 향해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며 "이것이 여러 세대에 걸쳐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그들은 우리가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이란 정권 교체 시도로 이어질지에 대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There might be and there might not be)"고 답했다.
다만, 이란과의 전면전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작전과 달리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돼온 만큼, 미국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직접 이란 정권교체에 나서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인데, 그 경우 미군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결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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