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반짝입니다. 간밤에 내린 빗방울이 둥그렇게 웅크렸네요. 열 달 어머니의 방도 둥글었습니다. 자주 먼산바라기를 하시던 할머니의 등처럼 둥근 골목, 돌담 틈에 숨겨둔 유리구슬이 둥글게 반짝였지요.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으라던 자전거도 바퀴가 둥글었고요. 신태인역에서 대처까지 나를 데려다준 비둘기호 열차도 뚜우- 뚜우- 둥글게 기적을 울렸습니다. 세상이 둥글었습니다.
밤마다 두 눈을 찔러대던 먼 별은 사금파리였습니다. 소나기 그친 뒤 무지개는 언제나 반만 내려왔고요. 둥글둥글 자갈거리며 굴러가는 길이 지름길이란 걸 알아챘을 땐 나는 이미 둥글지 않았습니다. 둥근 세상에 모난 나, 모서리를 깎고 갈아냈어야 한다는 걸 이제 와 압니다. 비 갠 아침 산책길에 수비둘기 한 마리 둥그렇게 암컷 주위를 맴도네요. 목털을 부풀리고 날개깃을 끌며 빙빙 빙 돌아갑니다. 언제쯤 입 맞추려나? 궁금해 둥그렇게 꽃대 밀어 올린 민들레, 하얀 꽃씨가 멀리멀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아닌 바퀴로도 절로 굴러가는 건 둥근 시계 속 세월뿐입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