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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쪽방촌을 바꾼 사회연대경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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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일본의 3대 쪽방촌 증 한곳인 요코하마 코토부키초는 2000년대 초 극심한 슬럼화를 겪었다.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떠나 도시에 남은 건 사람의 온기 없는 쪽방과 고령화되어 이주할 여력조차 없는 노인뿐이었다.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바로 2005년 시작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라는 사회연대경제 사업이다. 무려 1,500개의 빈 쪽방을 개조해 싼값에 숙소로 제공하자, 연간 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쪽방 수리는 집 주인이, 관리와 홍보는 회사가 분담하고 수익은 5대5로 나누는 상생 방식으로 지역재생을 성공시킨 사례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소득 불평등, 양극화, 지방소멸, 고령화 등 우리가 직면한 난제가 산적하다. 도시 근로자 가구 최상위 10분위와 최하위 10분위 소득 격차는 10.67배에 달하며, 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0.7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전국 시군구 소멸 위험 지역은 100곳을 넘어섰고, 농어촌 고령화율은 40% 가까이 치솟았다. 연대와 협력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가 본보기가 되는 이유다.

 사회연대경제의 작동원리는 구성원의 자발적 협동과 민주적인 참여다.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는 대규모 실업, 고령화, 사회적 갈등 등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이 급부상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는 이러한 기업이 약 20만 개에 이르며, 238만 명이 여기에 종사한다. 민간 일자리의 14%,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협동조합 조직인 새마을금고가 사회연대경제 기업 양성과 지원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새마을금고는 올해로 63년째 ‘서민의 벗’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해마다 점포를 감축하는 은행과 달리 금고는 여전히 점포 수를 유지해 어느 금융 기관보다 대면 거래가 많다. 금고 직원의 근속연수가 길다 보니 회원과의 유대가 깊고 때로는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금융 기관 이상의 역할을 한다. 유심칩 해킹사태가 벌어졌을 땐 손수 고령 회원의 유심칩 교체를 도왔고, 여력이 없는 지자체를 대신해 지역 폐의약품을 폐기·수거하기도 한다. 금고 운영의 근간에는 이미 연대와 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3,198개 점포가 지역과 협력하면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자립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협업하는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지역의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조직이 살아야 한다.

 제주시 구좌읍 우정새마을금고 김녕지점은 2020년 마을을 살려보겠다고 나선 청년 다섯이 만든 구좌마을협동조합에 금고의 유휴공간을 사무실로 쓰라고 선뜻 내어주고, 마을호텔 건립을 위한 대출도 지원했다. 그 결과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가 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돈이 돌기 시작했다. 조합 규모도 2배 이상 커졌다.

 전북에서도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북 새마을금고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사회연대경제 조직 전용 보증부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출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역량 강화를 위해 경영 컨설팅도 지원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업도 모색한다. 공동화된 지역을 살리는 데 필요한 건 거대 자본이 아니라, 자발적인 연대와 협력 그리고 민주적인 참여를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훈 새마을금고미래비전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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