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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결실, 전주여고 100주년 이끈 ‘낮은 리더십’

전주여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성공주역 남상숙 기념사업회 공동회장 
스스로 권위 내려놓고 수만명 ‘영란인’ 화합 기여… “100년은 또다른 시작”

남상숙 전주여고 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회장. /사진=본인 제공

100년의 시간을 하나의 마음으로 묶어내는 일. 1926년 개교한 전주여고의 100주년 기념사업은 전국에 흩어진 수만 명의 동문을 아울러야 하는 거대한 숙제였다. 흔히 이런 대규모 조직을 이끌기 위해선 카리스마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유례없는 성금과 세대를 초월한 화합을 이끌어낸 중심에는 완전히 다른 리더십이 있었다.

“그저 하루 세끼 남편 밥 챙겨주던 평범한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낮춘 남상숙(77세·39회 졸업) 공동회장이다.

그는 단상에서 지시하는 대신 기꺼이 날선 의견이 오가는 회의실로 향했다. 선배의 권위보다는 타 학교 사례를 분석한 객관적 지표를 들고 까마득한 후배들을 설득했다. 높은 자리에서 자신을 한없이 낮춘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수만 명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거운 짐을 흔쾌히 진 것은 아니다. 고사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결국 그를 동창회의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가족에게 “딱 1년만 밖에서 해야 할 일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묵묵히 100년의 과업을 짊어졌다.

수만 명의 동문이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밑바탕에는 과거 그가 객관적으로 증명해낸 성과가 있었다. 2009년 총동창회장 시절, 재정난 속에서도 연 10만원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이사회 제도’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장학회 자산을 확충하고 매년 1000만원씩 외부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전통을 세웠다. ‘영란인(전주여고 학생)의 열정은 곧 사랑’이라는 철학이 투명한 시스템으로 정착됐고 이때 쌓인 신뢰는 100주년 사업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4대 비전사업을 위해 20억 원의 예산안이 책정되자, 재경(서울)동창회 측이 현실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자칫 동문 간 치명적인 갈등으로 번질 위기였다. 이때 남 회장이 택한 것은 해명이 아닌 ‘소통’이었다. 직접 기념사업회 임원들을 이끌고 서울로 향했다. 거센 항의 앞에서 변명하지 않고 벤치마킹한 객관적 근거를 차분히 설명하며 서울과 전주를 네 차례나 오갔다. 남 회장은 “화합을 위해선 소통이 기본”이라며 “제가 먼저 말을 낮추고 편하게 대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낮추고 다가가자 팽팽했던 대립은 공감으로 바뀌었고, 긴장감은 어느새 끈끈함으로 허물어졌다.

오해가 풀리자 폭발적인 응집력이 뒤따랐다.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기금이 모였다. 그는 “젊은 동창들은 물론 80대 원로 선배들, 먼저 떠난 친구 이름으로 참여한 동문까지 그 열정에 눈물이 났다”며 “모교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결집된 에너지는 지난 100년을 기리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든든한 주춧돌이 됐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주도하다 퇴학당한 임부득 동문 등을 발굴해 10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싫증해냈다. 아울러 1600여명이 운집한 음악회와 동문 작가 55명이 참여한 특별미술전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에게 100주년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남 회장은 “100주년은 지난 시간의 마무리가 아니라, 다가올 천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명분이 훌륭해도 끊임없는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낮은 곳에서 합리적인 설득과 화합을 이뤄낸 남상숙 회장. 그의 묵직한 발자취는,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리더십의 표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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