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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청중 이고수 삼명창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0.17  / 최종수정 : 2016.10.17  23:10:49
   
▲ 이정엽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관
 

영국, 미국, 독일 등으로부터 불어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우리나라를 한동안 뜨겁게 만들었다. 국내 방송사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심사위원과 방청객 앞에서 공개방송의 형태로 진행된다.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대중예술의 속성을 십분 활용하여 방청객의 평가를 심사 결과에 포함하기도 한다. 이는 객석의 귀와 눈이 다른 무엇보다 더 냉정한 선택의 기준이며 궁극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청중은 감성에 의존해 무대 평가

이들 방송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방청객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얼마나 감동적인 무대인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혼신을 다해 무대에 서는 사람들 못지않게 그 무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청중의 모습은 무척 감동스럽다. 이는 진정어린 마음을 전하고 그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훈훈한 모습과도 같다. 이렇게 청중은 무대 위에 선 사람들과 교감하며 감성을 통해 그들을 받아들이고 선택한다. 청중은 이성이 아닌 철저히 감성에 의존하여 무대를 평가하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감성은 이성보다 더 냉정한 것 같다. 이성은 기준을 조정해가며 판단 대상과 때론 타협하기도 하지만 감성은 절대 타협이라는 것이 없다. 감성은 내 오감과 감정에 합을 이루면 선택하고 어느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바로 거부한다. 맞지 않는 부분을 다시 재고 선택하기 위해서 감성은 그 판단을 이성에게 떠넘긴다. 무대를 대하는 청중은 이성적 판단을 하는 개체가 아니다. 그래서 냉정하고 무섭다.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여 합을 이루는 무대에는 바로 눈물과 박수로써 선택의 값을 치르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성적 판단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어떠한 부분이 부족했다 이해하고 양보하여 합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 정말 냉정하고 무섭다.

김득수(1917~1990)는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로 지정된 명고이다. 판소리 고수로 이름을 떨친 그가 당대 명창들과의 수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일청중 이고수 삼명창’ 이라는 말을 했다. 보통은 ‘일고수 이명창’이라 하는데, 무대에서 첫째는 고수 그 다음이 명창 즉, 소리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북치는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청중의 중요성을 덧붙여 그는 명창도 명고도 아닌 청중을 제일로 꼽은 것이다. 교감하는 청중 없이는 무대의 존재 가치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명창과 명고가 만들어가는 무대를 평가하는 감성은 전적으로 청중의 것이기에 그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귀명창' 같은 친구 점점 줄어 아쉬워

소리꾼과 고수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판소리 공연장 객석 어디에서인가 들리는 기가 막힌 추임새는 또 다른 희열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들을 ‘귀명창’이라 부른다. 객석이 귀명창으로 채워진 공연장은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는 무대가 아닐까 싶다. 귀명창은 타협하지 않는 감성을 향해 혼신을 다하는 예술가를 본능적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백아절현(伯牙絶絃)’, 종자기는 백아의 연주를 듣고 그 소리가 산을 그리는지 아니면 강을 그리는지 알았다고 한다. 그런 종자기가 죽은 이후로 백아는 줄을 끊고 연주를 하지 않았다. 뜻을 헤아릴 줄 아는 친구, 귀명창이 점점 줄어들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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