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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분노를 넘어서는 힘은 아름다움이다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7.04.18  / 최종수정 : 2017.04.18  00:44:22
   
▲ 이재규 작가
 

세월호 이후 한동안 말도 글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이 상상을 압도하여 말문이 막히고 그저 억억 하는 신음소리에 눈물범벅일 뿐이었다. 내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가 죽어갔는데도 아무 손도 쓰지 못한 죄책감에 짓눌려 한동안 삶의 자잘한 기쁨을 누리는 것조차 죄스러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온몸을 감싸는 분노에 질식할 것 같으나 출구를 찾지 못해 생기는 울혈 같은 것이 많은 사람들 안에 들어앉았다. 배의 형상, 바다, 노란 리본, 그만한 또래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저며왔다. 그날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보통의 장례 절차에서 시간에 바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슬픔의 경감이라 할 ‘탈상’은 아직 치르지 못했다. 돌아오지 못한 주검들이 있었고, 선체는 가까스로 육지에 올렸으나 진실은 미처 인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진실은 미처 인양하지 못해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에 대한 호평을 여러 곳에서 들었으나, 사두고도 오래 책을 펴보지 않은 것은 고통에 대한 일종의 회피였을 것이다. Axt 최근호에 실린 김탁환 작가 인터뷰를 읽고 난 뒤에서야 〈거짓말〉을 펼쳐 들었다. 희생자의 주검 대부분을 수습한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다. 잠수사들은 ‘모시고’ 나온다는 표현을 썼다. 죽은이에 대한 경의 그리고 깊은 바다속에서 주검을 수습하는 일의 소중함을 함께 이르는 말일 것이다. 맹골수도에서 ‘평생 하지 않아도 될 포옹’을 한 잠수사들은 격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잠수병으로 고통 받으나 어느 쪽으로부터도 온전하게 이해받지 못한다. 국가로부터도 충분한 치료는커녕 냉대를 받고 사정을 모르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돈벌이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소설은 주검을 찾아 심해로 내려가는 잠수사들의 현장을 정밀하게 그려내면서 세월호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처지와 시선을 매우 냉정하게 담아낸다. 우리 사회의 축약도가 거기 있다.

이 소설의 압권은 수색과 수습의 과정에서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 장면 그 냄새 그 물소리이다. 독자도 잠수사가 되어 깊은 물속 세월호 선체 안을 헤매고 다닌다는 실감에 사로잡힌다. 세월호가 남긴 내상의 치유에 전력해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이 실감이야말로 뜻밖의 위로가 된다고 썼다. “그 고통에 나도 함께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깊은 공감을 느끼며 같은 주파수를 공유한 사람들은 의도치 않아도 서로에게 치유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빅스토리를 주로 써오며 역사소설가로 알려져 온 김탁환에게 이 소설은 자기 문학세계에서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김 작가는 소설 작업을 “심장을 바꿔 끼운다”라고 표현했는데 “세월호의 모든 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녹여내고 문장으로 표현하다보니 매우 고통스러운 창작일 수밖에” 없었다. 김탁환은 이 책 출간 이후 20년 넘는 작가 생활에서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 방식으로 소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원했고, 지금 써야 할 것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집필에 집중했다는 그의 작가로서의 헌신에 독자가 박수를 보낸 것이다.

기억하는 것으로 싸우자

김탁환 작가가 〈거짓말이다〉 소설을 퇴고하던 중(2016년 6월)에 주인공 나경수의 모델인 김관홍 잠수사가 목숨을 버렸다. 작가는 허망한 심경 중에도 다시 사람들을 만났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8편을 모아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냈다.“소소한 기쁨들이 큰 슬픔을 견뎌내는 힘이 된다.“ 우리 곁의 아름다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와 구원이라고, 작가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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